숲노래 우리말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9
하늘을 날도록 펄럭일 수 있는 몸을 ‘날개’라고 한다. ‘날다’는 마음껏 어디로든 움직이면서 홀가분한 몸짓과 마음을 빗대는 뜻으로도 쓴다. 이런 ‘날다’는 한자말 ‘비행(飛行)’으로 적기도 하고, 하늘을 날며 어디로 타고다닐 수 있으면 ‘비행기(飛行機)’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도 어른도 “일본으로 날아간다”나 “날개 타고 갔지”처럼 말하곤 한다. 수수한 우리말 ‘날개·날다’는 진작부터 ‘비행기’를 가리키던 말씨라고 느낀다. 함께 날고 싶다. 몸도 마음도 꿈도 생각도 가볍고 즐겁게 훨훨 하늘로 띄우고 싶다.
눈물마실
나갔다가 들어오는 ‘나들이’이다. 나들이를 하는 몸짓이니 ‘다니다’이고, ‘마실’이다. 몸하고 마음을 쉬고 싶어서 바람을 쐰다.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몸도 마음도 푸르게 북돋운다. 그리고 이웃이 겪은 눈물나고 슬픈 생채기나 멍울을 돌아보거나 되새기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에 서기도 한다. 눈물앓이를 나란히 하면서 눈물꽃을 돌보고 눈물비로 씻고 눈물노래로 추스른다. 슬픔바다를 함께 헤아리면서 슬픔구름에 띄워 보내고 슬픔가락으로 토닥인다. 어떤 마실을 해볼 수 있을까? 꽃마실과 들마실뿐 아니라, 눈물마실을 하면서 온누리 골골샅샅을 풀어낸다.
눈물마실 (눈물 + 마실) : 밝은 곳을 구경하고서 기뻐하는 길이 아닌, 캄캄한 눈물과 슬픔을 마주하면서 새기는 길. 눈물로 얼룩지면서 슬픈 발자취가 깃들거나 남거나 가득한 곳을 찾아가면서, 우리 삶터 한켠에 흐르는 눈물을 거두거나 달래면서, 앞으로 일구거나 가꿀 사랑길과 살림길을 돌아보려고 하는 마실길. (= 눈물꽃·눈물길·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눈물노래·눈물가락·눈물바다·눈물물결·눈물너울·슬픔마실·슬픔꽃·슬픔길·슬픔바람·슬픔비·슬픔빛·슬픔구름·슬픔앓이·슬픔노래·슬픔가락·슬픔바다·슬픔물결·슬픔너울. ←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어진땀
아이는 앓으면서 자란다. 아기는 알에서 깨어난다. ‘알’을 깨고 나오듯 둘레를 하나하나 보고 받아들이고 배운다고 하기에 ‘알다’라고 한다. 아이가 한창 자라는 길에 땀을 흘리면서 몸이 달아오르곤 하는데, 이때에는 “앓으면서 튼튼히 자라는 길”로 여긴다. 껑충 자라려고 ‘아기땀’을 흘리는 셈이다. 바야흐로 어질게 크려는 땀이니, ‘어진땀·어진불’처럼 가리킬 만하다.
어진땀(어질다 + ㄴ + 땀) : 어질게 자라는 길에 흘리는 땀. 아이가 얼이 차는 길에 몸이 달아오르면서 한동안 앓는 일. (= 어진불·아기땀·아기불. ← 지혜열智慧熱)
어질다 : 1. 얼이 깊고 짙다. 마음이 부드럽고 넉넉하면서 곱고 깊다. 둘레를 부드럽게 보고 살피면서 마음에 담을 줄 알다. 2. 깊고 짙은 얼로 다루거나 하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피면서 부드럽고 넉넉하고 곱게 다루거나 다스리거나 할 줄 알다.
꽃고리
꽃으로 꾸미거나 꽃처럼 꾸린다. 치렁치렁 꾸미면서 가볍게 치레를 한다. 줄지어 피어나는 꽃처럼 꾸미니 곱다.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치렁거리를 줄로 이으니 눈부시다.
꽃고리 (꽃 + 고리) : 1. 꽃을 넉넉하거나 푸짐하게 묶거나 엮은 곱고 눈부신 것. (= 꽃다발·꽃바구니·꽃보따리·꽃자루·치렁고리. ← 화환花環) 2. 꽃처럼 곱게 꾸민 글·종이·노리개 들을 줄로 이어서 길게 드리운 것. (= 치렁고리. ← 화환花環, 가랜드garland) 3. 짝을 맺는 두 사람이 서로 한마음과 한뜻으로 한길을 나아간다고 하는 뜻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사랑을 담아서 둘이 하나인 마음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 꽃가락지·사랑고리·사랑가락지·치렁고리. ← 웨딩링, 결혼반지, 혼례반지, 혼인반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