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영혼 여행 - 임사체험으로 알게 된 의식과 육체에 관한 새로운 진실
안케 에베르츠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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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9.

인문책시렁 409


《9일간의 영혼 여행》

 안케 에베르츠

 추미란 옮김

 샨티

 2025.2.10.



  “죽음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 아빠몸과 엄마몸에 있는 다른 두 씨앗이 하나로 맞물릴 적에 누구나 처음으로 죽습니다. 이때까지는 온누리에서 가볍게 날아다니는 홀가분한 빛씨였는데, 엄마몸하고 아빠몸에 있는 씨앗 둘이 하나로 만나면서 번쩍 하고 빛이 퍼지면서 “몸없는 빛”에서 “몸있는 빛”으로 거듭납니다.


  어려운 말로 ‘체세포분열’이라 합니다만, 몸없는 빛으로 온누리를 돌다가 그만 몸있는 빛으로 확 붙들리면서 끝없이 조각조각 가르고 퍼지는 사이에 아주 넋이 나갈 판입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찾고서 갈라지기(체세포분열)를 지켜봐요. 이러던 어느 날 어느새 ‘아기’란 몸을 이루는 줄 알아봅니다.


  이제 엄마몸에서 자그마한 몸으로 새근새근 잡니다. 힘들었으니까요. “몸있는 빛”으로 붙들린 일로도 힘들고, 조각조각 갈리는 동안에도 힘들었어요. 엄마몸에서 열 달 즈음 아늑하게 자다가 다시금 죽음을 맛봅니다.


  그냥그냥 느긋이 끝없이 자고 싶지만, 엄마는 우리더러 그만 나가라고, 나오라고, 나라고(태어나라고) 속삭입니다. 바야흐로 죽을맛이지만 “고요한 밤”에서 “시끄러운 낮”인 삶터(세상)로 빠져나옵니다.


  우리는 어린이로 자라고 푸름이로 철들며 어른으로 서는 동안에 ‘아기로 맺어서 몸을 이루는 길’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을 언제나 안 잊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또한 밤에 잠자리에 드는 몸은 “또다른 죽음”인 줄 아는 사람도 많고, 새벽에 동트는 하늘을 보면서 눈뜨는 몸은 “또다시 태어남”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9일간의 영혼 여행》은 “몸있는 빛”으로 살기는 하되, “꿈없는 몸”으로 바쁘게 스스로 닦달하던 어느 분이 그만 아주 서두르다가 온몸이 활활 타올라서 “새삼스레 몸죽음을 맛보고 난 뒤”에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몸있는 빛으로 살아갈 적에는 언제나 이 몸에 꿈씨를 심을 노릇입니다. 꿈씨를 안 심기에 바쁘거나 서두릅니다. 꿈씨를 심는 사람은 안 바쁘고 안 서둘러요.


  우리한테 왜 밤과 낮이 있을까요? 우리말은 왜 ‘밤낮’처럼 밤을 먼저 말할까요? 이 대목을 고요히 곱씹을 틈을 스스로 낸다면, 왜 날마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맛보고서 이튿날 새로 태어나는 길을 겪는지 깨닫겠지요.


  도무지 스스로 깨달을 낌새를 안 보이는 탓에, 스스로 꿈씨를 버리거나 팽개치는 바람에, “몸있는 빛”을 이룬 우리 넋이 화르르 타오릅니다. “제발 넋을 차리라구! 언제까지 꿈을 안 심고서 죽어가려 하니?” 하고 다그쳐요. 《9일간의 영혼 여행》을 쓴 분은 불타오르는(화상) 몸앓이를 호되게 겪으면서 비로소 모든 바쁜 굴레를 내려놓기로 합니다. 그리고 굴레를 내려놓는 바로 그날 그때부터 “꿈을 심는 새길”을 걸어요.


  알고 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스스로 잊은 채 맴도는 이야기입니다. 글쓴이는 ‘죽어보기(임사체험)’를 어쩌다가 하루 겪은 듯 여기지만, 알고 보면 날마다 숱하게 겪는 ‘죽어보기’입니다. 날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줄 천천히 바라보실 수 있다면, 책을 좀 다르게 썼을 텐데 싶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ㅍㄹㄴ


나는 불길과 싸우기를 그만두었고, 다른 무엇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싸우기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32쪽)


착각 중에서도 가장 큰 착각이, 우리가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55쪽)


그때 이후로 나는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진동 영역이 다른 세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127쪽)


내가 내 몸을 바라보는 동안 빛의 존재는 조용히 나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157쪽)


당신 안에 깃들어 있는 사랑이 얼마나 우리를 가볍게 하는지 기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당신이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알아차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96쪽)


#Neun Tage Unendlichkeit #Anke Evertz

#Was mir im Jenseits uber das Bewusstsein, die korperliche Existenz und den Sinn des Lebens gezeigt wurde. Eine außergewohnliche Nahtoderfahrung


+


《9일간의 영혼 여행》(안케 에베르츠/추미란 옮김, 샨티, 2025)


그날 무자비하게 내 얼굴을 강타하던 그 불길의 소리가 들리고

→ 그날 얼굴을 마구 후려치던 불길소리가 들리고

→ 그날 얼굴을 모질게 갈기던 불길소리가 들리고

8


오늘 나는 그때의 나였던 그녀를 아주 다정한 눈으로 돌아본다

→ 오늘 나는 그때 나이던 아이를 아주 다사로이 돌아본다

→ 오늘 나는 그때 나이던 사람을 아주 포근히 돌아본다

11


아주 짧은 기간에 거의 저절로 써지다시피 했다

→ 어느새 거의 저절로 쓰다시피 했다

→ 휘리릭 저절로 쓰다시피 했다

16


그 많은 정보와 통찰 덕분에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 이야기를 듣고 눈을 뜨면서 깊은 곳부터 벅차오르는 빛을 느꼈다

73


물에 합류하자마자 용해되므로

→ 물에 섞이자마자 녹으므로

79


지금의 나의 시각

→ 오늘 내 눈

→ 이제 내가 보는

117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창조자이다

→ 우리는 스스로 삶을 짓는다

→ 우리는 저마다 삶을 빚는다

→ 우리는 누구나 삶을 일군다

117


섬망?妄이란 오랫동안 혼수 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환자들이 많이 보이는 증세로

→ 오랫동안 드러눕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잠꼬대를 많이 하는데

→ 오랫동안 넋이 나가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으레 멍한데

→ 오랫동안 거의 죽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곧잘 헛소리를 하는데

185


나는 당신이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알아차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언제나 그런 존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나는 네가 스스로 거룩한 줄 알아차리기를 참으로 바란다. 너는 언제나 거룩했고 앞으로도 거룩하다

→ 나는 우리가 스스로 빛인 줄 알아차리기를 참으로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빛났고 앞으로도 빛난다

296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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