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그대가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그 책이 아름다운 줄 느끼겠다면 아름다운 책인 줄 알면 됩니다. 그대가 알든 모르든, 그 책이 훌륭한 줄 느끼겠다면 훌륭한 책으로 바라보면 됩니다. 그러나 도무지 그 책을 모르겠다면, 좋아할 만하지 않다면, 이리하여 무엇이 왜 어떻게 훌륭한지 알 길이 없다면, 그저 모르는 채 있으면 됩니다. 다만, 그대가 좋아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더라도, 온누리에는 더없이 아름다우며 훌륭하고 뜻있는 책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책을 어떻게 마주할 적에 삶이 즐거울까요? 내가 어느 책에 깃든 알찬 줄거리를 읽어내지 못하거나 헤아리지 못할 적에는, 이 책을 이웃한테 알려주지 못하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 대목을 놓고는 언제나 ‘헌책집 일꾼’을 떠올립니다. 갖은 갈래 갖은 전문가한테 갖은 숨은 책을 캐내어 사고파는 헌책집 일꾼은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책을 알지도 않고, 책을 읽지도 않은 깜냥’이지만, ‘헌책집 일꾼이 좋아하지 않아도, 이 책이 누구한테 뜻있고 값있게 쓰일 만한가’를 가슴으로 알아채거나 느낀다고 해요. 비록 ‘책장사로 바쁘고 고되어 책 한 줄 읽을 틈’이 없지만, 헌책집 일꾼은 ‘책을 읽을 틈이 없어도, 책 하나하나를 마음으로 바라보고 온몸으로 갈무리하고 건사하기 때문에, 읽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책이 어떻게 누구한테 얼마나 쓰이려는가를 짚을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놓고서 글을 쓰는 분이라면, 이른바 비평이나 평론을 한다든지, 서평을 쓰거나 다루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헌책집 일꾼’ 같은 매무새하고 마음결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가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또 알든 모르든, 느끼든 못 느끼든, 온누리 모든 책을 다 사거나 읽거나 훑을 수 없더라도, 책마다 달리 흐르는 숨결을 밝히는 사람이나 글이 있을 적에, 이를 어떤 가슴으로 어떻게 어느 만큼 살펴서 받아들일 적에, 우리 삶이 즐겁고 이 나라가 아름답게 거듭날 만한가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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