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면하다 免
책임을 면하다 → 책임을 지지 않다 / 짐을 벗다
병역의 의무를 면하다 → 병역 의무를 씻다 / 병역 의무를 지지 않다
학장직을 면하고 나니 → 학장 일을 그만두고 나니
화를 면하다 → 궂은 일을 안 겪다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벌을 안 받을 수 없다
셋방살이를 면했다 → 셋방살이를 벗어났다
‘면하다(免-)’는 “1. 책임이나 의무 따위를 지지 않게 되다 2. 직무나 직위 따위를 그만두다 3. 어떤 일을 당하지 않게 되다 4. 어떤 상태나 처지에서 벗어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거의 일본 말씨에서 왔다고 할 쓰임새입니다. “지지 않다”나 ‘벗다’나 ‘그만두다’나 “안 겪다”나 “안 받다”나 ‘벗어나다’나 ‘털다’나 ‘떨치다’로 손질해 줍니다. 2018.3.26.달.ㅅㄴㄹ
학교 들고부터 일번을 못 면한 아이
→ 학교 들고부터 일번을 못 벗어난 아이
《말똥 굴러가는 날》(이재금, 창작과비평사, 1994) 24쪽
일본어와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문법구조가 다른데 그것을 한문식으로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和臭)’를 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말과 중국말은 처음부터 말씨가 다른데 이를 한문처럼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를 털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말과 중국말은 아예 다른 말인데 이를 한문처럼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를 씻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말과 중국말은 바탕이 다른 말인데 이를 한문처럼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를 지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말과 중국말은 말틀이 매우 다른데 이를 한문처럼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말과 중국말은 말틀 바탕이 다른데 이를 한문처럼 뒤집어 읽어서는 ‘야마토 냄새’에서 홀가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임성모 옮김, 이산, 2000) 31쪽
상관하지 않았으면 죽음은 면했을 것을
→ 끼어들지 않았으면 죽지는 않았을 것을
→ 끼어들지 않았으면 안 죽을 것을
《이누야샤 8》(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03쪽
인간의 책임을 면해 주는
→ 사람들 책임을 벗겨 주는
→ 사람둘 짐을 덜어 주는
→ 우리 짐을 없애 주는
→ 우리 짐을 가셔 주는
《녹색 희망》(알랭 리피에츠/허남혁·박지현 옮김, 이후, 2002) 22쪽
다들 배고픔만 겨우 면하게 밥을 먹고
→ 다만 배고픔만 겨우 달래게 밥을 먹고
→ 다만 배고픔을 겨우 달래도록 밥을 먹고
→ 다만 배고프지 않을 만큼만 밥을 먹고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샨티, 2004) 70쪽
겨우 허기를 면했다
→ 겨우 배고픔을 달랬다
→ 겨우 배고픔을 떨쳤다
→ 겨우 배고픔을 벗어났다
《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송문희, 문학의전당, 2017) 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