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쓰다



  이미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서 살림할 뜻이 없기에 시골을 산다. 아직 없어서 새로 짓는 길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익혀서 이를 아이들하고 함께 누리며 한 걸음씩 디디려고 시골을 산다. 이미 많은 사람이 온갖 일을 눈부시게 뽐내거나 펼치는 서울에서는 새로운 길을 파기에 벅차다고 느낀다. 더 낫거나 더 좋은 길을 가려는 뜻이 아닌, 스스로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길을 노래하며 가고 싶기에 서울 아닌 시골을 산다. 서울에는 사람도 많지 집도 많지 돈도 많지 일도 많지 책도 많지 무엇이든 다 많다. 시골에는 무엇이든 다 적거나 없으나, 바람이 맑고 물이 맑으며 흙을 밟으며 풀을 먹고 나무를 벗삼아서 숲으로 살림을 짓는 마음을 하나하나 배우며 사귈 수 있다. 시골살이를 쓴다. 마흔 살에 이르도록 어버이한테서도 둘레 어른한테서도 책스승한테서도 배운 적이 없는 시골을 몸으로 살면서 아이하고 꿈꾸는 새로운 하루를 쓴다. 2018.3.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