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생명철학
최종덕 지음 / 당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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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포기를 읽고 말하다

― 비판적 생명 철학

 최종덕

 당대, 2016.7.20.



결국 4대강 사업을 강행해 나가려니까 행정은 조급하고 계획은 억지춘향이 되고, 급조와 변조의 계획을 맞추려고 각종 근거자료를 아전인수 격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정보를 억지 선전하게 된 것이다. (106쪽)


현대 기계문명 사회에서 산업화된 대규모 농사 자체가 이미 자연파괴를 가져왔다. 육식옹호론에서는 농사의 자연파괴 요소를 지적하면서도 축산업의 대대적인 자연파괴 규모가 농업에 의한 파괴규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230쪽)



  상지대 교수로 철학을 가르치는 최종덕 님은 《비판적 생명 철학》(당대, 2016)이라는 책을 써내면서 자연과 생태를 조금 더 차분히, 올바로, 깊고 넓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과학자가 실험실에만 머물면서 ‘난 실험만 했을 뿐’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실험 결과가 어떻게 쓰이는가’까지 살펴야 한다고 밝힙니다. 이러한 눈길을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왜 말썽이었는가를 짤막하게 간추리기도 합니다.


  억지로 밀어붙일 적에는 거침없기 마련입니다. 지난날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 적에도 이엉을 얹은 집을 한달음에 슬레트지붕으로 바꾸었어요. 지난날에는 슬레트가 무엇인지 제대로 따지지 않았고 밝히지 않았으며 알려주지 않았어요. 오늘날에도 ‘슬레트 = 석면’인 줄 모르는 시골사람이 무척 많은데, 시골 군청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밀어붙이던 때와는 달리, 석면 지붕을 걷는 몸짓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창 밀어붙일 적에는 ‘슬레트가 좋다’고 했을 뿐이지만, 이 슬레트가 말썽거리인 줄 밝혀진 뒤에도 거의 뒷짐이라고 할 만해요.


  4대강 사업을 놓고도 이런 모습을 따질 수 있어요. 엄청난 시멘트덩이를, 뒤틀린 물길을, 더러워진 냇물을, 목돈을 들인 홍보시설을, 그동안 쏟아부은 돈을, 4대강 홍보에 나선 지식인을, 왜 그토록 서둘러서 이런 삽질을 했는가를 따져 보아야지 싶습니다.



생명의 씨앗을 틔운 선구자들의 공통점은 생명의 힘을 우리 내면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자각하는 데 있었다 … 이 시기에 형성된 생명사상의 중요한 관점은 풀 한 잎 한 잎의 작은 생명이 우주의 생명을 반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나 계급이나 성별, 지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240, 241쪽)



  《비판적 생명 철학》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생명 사상’이 어떻게 싹터서 퍼졌는가를 짚기도 합니다. 목숨 하나를 바라볼 줄 알던 깨친 이는 언제나 평화로운 평등을 풀 한 포기에서 읽을 줄 알았고, 계급이나 신분이나 성별이나 지식이나 돈에 매이지 않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살폈다고 합니다.



ㄱ. 발병 관련 원인자들은 대부분 간접적이며 우회적이며 복합적이며 다중적이다. (228쪽)

ㄴ. 그 민감성이 상당히 높으며 누적적이어서 작용의 결과가 매우 우회적이고 중층적이다. (233쪽)



  그런데 이 책은 말씨가 무척 어렵고 딱딱합니다. 이런 어렵고 딱딱한 말씨가 아니어도 학문을 할 수 있고, 생명이나 철학을 펼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에서 고운 살림을 읽은 옛사람처럼 풀포기 같은 글로 생각을 펼 수 있으면 한결 좋았지 싶어요. 꽃송이 같고 숲바람 같은 글로 생각을 여밀 수 있기를 빕니다. 2018.3.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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