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일본 말씨



  일본책을 옮긴 책을 읽다 보면 끝없이 흐르는 일본 말씨를 만난다. 어쩜 이런 일본 말씨까지 고스란히 쓰나 싶은데, 이제는 일본책 아닌 서양책을 옮길 적에도 이런 말씨가 흔하고, 한국사람이 손수 쓴 책에까지 일본 말씨가 줄줄이 흐른다. 우리 집 아이들이 여덟 살을 지나고 열 살도 지난 터라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교과서를 얻었기에 무엇을 가르치나 싶어 교과서를 폈더니, 초등 교과서까지 일본 말씨가 잔뜩 나온다. 아마 방송도 이와 비슷할 테고, 여느 신문도 이런 모습이겠지. 다시 말해서 오늘날 한국에서는 ‘일본 말씨가 고스란히 한국 말씨’인 셈이다. 어디에서 비롯한 말씨인가를 따지는 일은 거의 부질없다시피 하다. 일본 말씨하고 번역 말씨를 뒤섞은 모습이 새로운 한국 말씨일는지 모른다.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씩씩하게 외치는 우리요,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기도 하는데, 독도는 한국땅이로되 한국말은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소녀상을 세워 우리 옛자취를 되새기고 일본한테 잘잘못을 따지기는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어떤 넋이거나 얼이거나 삶인가를 따지지는 못하는 얼거리이다.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고루 살펴서 모두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2018.2.2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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