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9.


《어쩌면 좋아》

사노 요코 글/서혜영 옮김, 서커스, 2017.5.15.



  지난해 여름에 장만해서 한창 읽다가 덮어 놓은 줄 잊은 《어쩌면 좋아》를 다시 손에 쥔다. 처음에 신나게 손에 쥐어 읽던 책을 책꽂이에 살짝 내려놓은 뒤에 여러 달이 흐르도록 까맣게 잊곤 한다. 나는 아무래도 잊기쟁이일는지 모른다. 또는 이 책 옮김말이 더없이 엉성한 번역 말씨투성이라서 읽다가 지치고 힘들어 한동안 밀어두자고 여겼을 수 있다. 여러 달 만에 다시 쥐어서 읽자니, 글월마다 눈에 걸리고 마음에 걸린다. 어찌 이렇게 일본 말씨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한국말로 옮긴다고 하는지 아리송하다. 너무하지 않나? 번역이라는 일을 하는 분들은 한국말을 안 익히나? 어릴 적이나 대학생 무렵에 한국말을 배우고는 더 안 배우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외국말만 잘해서는 안 된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잘하도록 늘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한다. 한글로 옮기는 글이 아닌 한말(한국말)로 옮기는 글이다. 껍데기만 한글인 옮김말이란 텅 빈 수레이지 싶다. 사노 요코 님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엉뚱한 잊기쟁이가 된다며 한숨짓는다. 나도 한숨을 짓는다. 우리네 번역가 이웃님은 한말을 잊지 말아 주소서.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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