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말씨 215 : 빵 위에 두텁게 바르는



위 : 3. 어떤 사물의 거죽이나 바닥의 표면

on : 1. … (위)에[로] (무엇의 표면에 닿거나 그 표면을 형성함을 나타냄) 

두텁다 :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

두껍다 : 1.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영어에서는 ‘on’을 붙여야 말이 되지만, 한국말에서는 ‘위’를 붙이면 말이 안 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사전에 ‘위’ 뜻풀이 ③을 엉뚱하게 넣었군요. 사전은 “장판 위를 기어가는 벌레”처럼 틀린 보기글마저 붙이지만, “장판을 기어가는 벌레”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번역 말씨 탓에 잘못 퍼진 ‘위’ 못지않게 ‘아래’도 잘못 퍼졌기에 알맞게 다듬습니다. ‘두껍다’를 ‘두텁다’로 잘못 쓰지 않도록 추슬러야겠는데, 꿀을 빵에 바른다면 ‘잔뜩·듬뿍·왕창’으로 손볼 만합니다. 2018.2.11.해.ㅅㄴㄹ



벌꿀을 푹 떠서 빵 위에 두텁게 바르는 남자가 있으면, 나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쥐고

→ 벌꿀을 푹 떠서 빵에 두껍게 바르는 사내가 있으면, 나는 책상 밑에 주먹을 꽉 쥐고

→ 벌꿀을 푹 떠서 빵에 잔뜩 바르는 놈이 있으면, 나는 책상 밑에 주먹을 꽉 쥐고

《어쩌면 좋아》(사노 요코/서혜영 옮김, 서커스, 2017) 8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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