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입추의


 입추의 여지 → 발디딜 틈 / 송곳 세울 틈 / 들어설 틈 / 발들일 틈


  ‘입추(立錐)’는 “송곳을 세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흔히 “입추의 여지” 꼴로 쓰는데 이는 “立錐の余地もない”나 “立錐の地なし” 같은 일본 말씨에서 비롯했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입추의 여지가 없다’ 같은 관용구를 올리면서 “송곳 끝도 세울 수 없을 정도라는 뜻으로, 발 들여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꽉 들어찬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벼룩 꿇어앉을 땅도 없다·송곳 모로 박을 곳도 없다·송곳 세울 틈[자리]도 없다”처럼 풀이합니다. 그러나 한국말로는 “발디딜 틈이 없다”나 “발들일 틈이 없다”처럼 쓸 적에 알맞으리라 봅니다. ‘입추’나 ‘입추 + 의’ 같은 일본 말씨는 사전에서 털고, ‘발디디다·발들이다’ 같은 낱말을 올림말로 다룰 수 있어야겠습니다. 2018.2.4.해.ㅅㄴㄹ



보도진도 포함하여 망연히 서 있는 이들도 많았고 입추의 여지도 없었지만

→ 보도진까지 해서 멍하니 선 이들도 많았고 발디딜 틈도 없었지만

→ 보도진까지 해서 멍하니 있는 이들도 많았고 들어설 틈도 없었지만

《신들의 마을》(이시무레 미치코 글/서은혜 옮김, 녹색평론사, 2015) 311쪽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입추의 여지가 없는 인원이었다

→ 2천 남짓 함께했다. 발디딜 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 2천 즈음 함께했다.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이 많았다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민종덕, 돌베개, 2016) 47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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