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써’하고 ‘-로서’ 글쓰기
‘-로/-로써’하고 ‘-로서’를 갈라서 쓰기란 대단히 쉽다. 그런데 어릴 적에 이 대단히 쉬운 글쓰기·말하기를 제대로 못 배웠다. 어린 내가 이 말씨를 틀릴 적마다 둘레 어른들이 늘 바로잡아 주지만 참 오랫동안 어설프게 헷갈리며 썼는데, 어느 날 드디어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알려준 어른이 있으니, “‘-로서’는 사람한테만 쓰면 된단다” 하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 말은 어느 만큼만 맞는 이야기인 줄 나중에 깨달았지만, 이 한 마디로 머리에 벼락에 떨어졌다고 느꼈다. 이렇게 쉽게 알려주면 참말 잘 알 수 있구나 하고. 어려운 말로는 구체명사라 하는데,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목숨이나 숨결한테만 ‘-로서’를 쓴다는 소리이다. 그러면 ‘-로/-로써’를 언제 쓰느냐 하면, 어려운 말로 추상명사에 쓴다. 이는 눈으로 못 보거나 손으로 못 만지는 몸짓이나 일이나 흐름에만 ‘-로/-로써’를 쓴다는 소리이다. 다만 이러한 글쓰기·말하기를 우리 사전은 제대로 못 짚는다.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묶어서 제대로 갈라 알려주는 구실을 사전이 못 한다면, 어른들이 슬기롭게 말을 살펴서 아이한테 가르치는 일을 해야지 싶다. 덧붙여 본다면, ‘-로써’는 ‘-로’를 힘주어 나타내는 말씨이다. “올해로 다섯 해가 되었네”를 “올해로써 다섯 해가 되었네”처럼 힘주고, “밥벌이로 글쓰기”를 “밥벌이로써 글쓰기”처럼 힘준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을 “이 책으로써 말하자면”처럼 힘주며,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를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처럼 힘준다. “아버지로서 타이른다”나 “누나로서 말하는데”처럼 써야 맞다. “아버지로써 타이른다”나 “누나로 말하는데”처럼 쓰면 안 맞는다. 2018.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다음 책으로... 우리말 즐겁게 배워 보셔요 ^^
배우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