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백지 白紙
백지에 낙서를 하다 → 흰종이에 낙서를 하다
백지 답안지 → 하얀 답안지 / 텅 빈 답안지
음악은 백지다 → 노래는 하나도 모른다 / 노래는 깜깜하다 / 노래는 어둡다
백지로 돌아가서 → 처음으로 돌아가서
백지로 돌리고 싶다 → 처음으로 돌리고 싶다
‘백지(白紙)’는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3. = 백지상태 4.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하여 이미 있었던 사실을 없는 것으로 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백지상태(白紙狀態)’는 따로 사전에 올림말로 나오는데, “1.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 2.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3. 어떠한 일을 하기 이전의 상태 4. 잡념이나 선입관 따위가 없는 상태 ≒ 백지(白紙)”를 가리킨다고 해요. 곰곰이 따진다면 ‘흰종이’나 ‘빈종이’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말사전에 ‘흰종이·빈종이’가 올림말로 없어요. 얄궂습니다. 때로는 ‘처음’으로 손보면 되고, ‘깜깜하다’나 ‘어둡다’로 손볼 만합니다. 이밖에 사전에 한자말 ‘백지’가 네 가지 더 나오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2018.2.2.쇠.ㅅㄴㄹ
백지(白子) : 바둑돌의 흰 알 ≒ 백(白)
백지(白地) : 1. 농사가 안되어 거두어들일 것이 없는 땅 2. 정해진 근거가 없는 상태
백지(白地) : 아무 턱도 없이
백지(白芷) : [한의학] 구릿대의 뿌리 ≒ 구릿대뿌리·단귀·지(芷)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백지 상태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닐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지식이 있기보다는, 아무것도 없기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꾸미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를 적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유리가면 7》(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05쪽
머릿속이 텅 빈 백지 상태라면
→ 머릿속에 텅 비었다면
→ 머릿속에 하얀 종이 같다면
→ 머릿속에 하얗다면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현경미, 도래, 2014) 17쪽
백지 위에 손 그림자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었다
→ 흰종이에 손 그림자 자꾸 춤을 추었다
→ 하얀 종이에 손 그림자 자꾸 춤을 추었다
《시》(조인선, 삼인, 2016) 78쪽
의도적으로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백지 상태에서부터 쌓아올렸다
→ 일부러 내 겨레말인 한국말을 하얗게 해 둔 채 쌓아올렸다
→ 부러 내 겨레말인 한국말을 텅 비워 놓고서 쌓아올렸다
→ 내가 어릴 적부터 쓰던 한국말을 일부러 밑바닥부터 쌓아올렸다
《0 이하의 날들》(김사과, 창비, 2016) 1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