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짓는 글쓰기



  밥은 두 가지로 먹는다. 첫째 ‘밥하기’로 먹는다. 둘째 ‘밥짓기’로 먹는다. 밥은 ‘할’ 수 있고, ‘지을’ 수 있다. 뜻은 같을는지 모르나 결은 다르다. 글은 두 가지로 태어난다. 첫째 ‘쓸’ 수 있다. 둘째 ‘지을’ 수 있다. 요새는 꾸미거나 치레하거나 흉내내거나 따라하거나 베끼거나 훔치는 …… 온갖 모습이 다 있으나, 글이 글다이 태어나도록 하는 일은 ‘쓰다·짓다’ 두 가지라고 본다. 말도 두 가지가 되겠지. 말은 밥처럼 ‘하다·짓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흐른다. 어떤 몸짓이든 움직임이요, 움직임이란 새로움으로 가는 길이다. 이제껏 배운 대로 말을 할 수 있고, 이제부터 새롭게 살아가려고 말을 지을 수 있다. 살림을 할 수 있고, 살림을 지을 수 있다. 맡은 일을 할 수 있고, 맡고픈 일을 지을 수 있다. ‘밥하기·살림하기·생각하기’처럼 ‘말하기’를 누리면서 글을 쓸 수 있다. ‘밥짓기·살림짓기·생각짓기’처럼 ‘말짓기’를 펴면서 글을 지을 수 있다. 나는 둘 다 마음에 들고 즐겁다. 2018.1.1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