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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궁금해?
신이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평점 :
숲책 읽기 131
장구벌레도 물이 깨끗하도록 이바지한다
― 모기가 궁금해?
신이현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7.9.25. 10500원
겨울에 모기 걱정을 하는 집이 있을까요? 어쩌면 이 겨울에도 집 어느 구석에서 모기가 깨어나 이잉 소리를 내며 날아다닐는지 모릅니다. 지난날에는 가을만 접어들어도 모기가 꼼짝없이 얼어죽거나 사라졌습니다만, 요즈음은 겨울에도 집이나 건물이나 지하상가 같은 곳은 꽤 포근해서 겨울잠을 잊은 모기가 제법 돌아다니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겨울이 된통 추우면 모기가 깨어나지 못해요. 겨울에 집안을 너무 따뜻하게 한다면 모기가 슬금슬금 깨어납니다. 이 모기를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기가 궁금해》(자연과생태, 2017)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사는 보통 모기는 무게가 2.5.㎎ 정도이며, 미국에서 가장 큰 종은 10㎎에 이른다고 합니다. (10쪽)
전 세계에 3500여 종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방법으로 꾸준히 조사한다면 6000종 이상은 될 듯합니다. 참고로 중국에는 390여 종, 일본에는 120여 종이 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56종이 보고되었습니다. (14쪽)
모기가 이 지구별에 3500갈래 남짓이 있다니 참 대단하네 싶습니다. 이렇게나 온갖 모기가 많군요. 한국에는 고작(?) 쉰여섯 가지 모기가 있다고 하니 몇 가지 안 되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한국은 모기로 덜 시달리는 곳이라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짝짓기를 하고 피를 빨 수 있는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20일 정도가 걸리며, 이 어른벌레가 3번 정도 알을 낳고서 죽는다고 하면 30일쯤 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나기에 들어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면 5∼6개월 동안 수명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한살이는 알을 낳는 암컷 기준이며 알을 낳지 않는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며칠 뒤에 죽습니다. (21쪽)
모기는 1초에 최대 1000회 날갯짓하며 그 범위는 165∼1000회에 이릅니다. (44쪽)
모기는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른 벌레도 짝짓기를 하고 나면 곧 숨을 거두니, 가만히 따지면 벌레붙이 한살이란 매우 짧다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암모기는 세 번쯤 알을 낳으면 더는 살지 못한다고 하니, 엊그제 나를 문 모기는 오늘 나를 새로 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기가 궁금해》는 모기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잘 풀어내 줍니다. 모기란 무엇이고, 모기는 어디에 살며, 모기가 살기 좋은 온노라든지, 어떤 냄새를 좋아하고, 왜 피를 빨며, 피를 얼마나 빨고, 모기가 무엇을 싫어하는가 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루기도 하는데, 모기는 술을 마신 사람이나 아기를 밴 어머니나, 운동을 한 사람이나, 발냄새가 나는 사람이나, 몸집이 크거나 향수를 뿌린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해요. 아기를 밴 어머니나 운동을 한 사람은 몸 온도가 여느 사람보다 높기에 모기로서는 더 잘 알아채고, 몸집이 크면 몸에서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오기에, 모기는 이를 더 잘 알아챈다고 합니다.
빨간집모기는 2.52m, 중국얼룩날개모기는 2.04m, 금빛숲모기는 1.96m, 작은빨간집모기는 1.76m까지 날아올랐습니다. (49쪽)
피를 다 빠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분 44초 87이었습니다. 최소 1분 00초 87, 최대 2분 52초 28이었습니다. (66쪽)
모기를 찾으면 손바닥 대신 파리채로 칩니다. 손바닥으로 쳐서 잡을 수도 있으나 실패할 확률이 높고, 놓치면 손바닥이 아파 화만 더 납니다. 파리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모기가 바람 저항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손보다 빠르게 칠 수 있어 효과가 높습니다. (94쪽)
알을 낳으려는 암모기만 사람한테 달려듭니다. 암모기는 대단히 씩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으나 알을 낳겠다는 굳센 믿음 하나로 사람한테 살살 날아와 달라붙어서, 2분 가까이 피를 빤다지요.
사람으로서 2분은 성가신 한때일 테고, 암모기로서 2분은 삶이냐 죽음이냐가 엇갈린 아슬아슬한 때일 테지요.
《모기가 궁금해》는 모기에 물린 자리를 긁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모기에 물린 자리는 처음에는 부어오르기 마련이지만, 이곳을 긁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얼마 안 지나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가려움도 사라집니다. 비록 모기한테 피를 몇 방울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은 씩씩하면서 새롭게 피를 길어올려요.
모기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합니다. 우선 장구벌레는 물고기, 잠자리 애벌레, 물방개, 히드라, 플라나리아 같은 다양한 수서동물의 먹이이며, 어른벌레는 새나 곤충이 먹습니다. 또한 다양한 기생충과 미생물의 숙주이기도 합니다. 미약하지만 애벌레 시기에는 물속 유기물을 먹어서 수질 정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98쪽)
잉잉 앵앵 소리를 내면서 성가시게 사람한테 다가와서 피를 빠는 날벌레인 모기인 터라, 우리는 모기만큼은 이 지구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기도 지구라는 별에서 숲을 이루는 작은 목숨붙이 가운데 하나예요. 모기 애벌레(장구벌레)는 물속에서 다른 여러 목숨한테 먹잇감이 된다고 해요. 어른벌레가 된 뒤에는 개구리라든지 작은 새나 큰 풀벌레가 모기를 먹잇감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기 어려운 대목일 텐데, 장구벌레일 적에 물속 유기물을 먹으며 물을 살짝 깨끗하게 하는 몫도 맡는다고 합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인 셈일 텐데, 모기는 어느 풀벌레도 섣불리 하지 못하는 ‘사람한테서 피를 얻어 목숨을 잇고 알을 낳는’ 놀라운 이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몹시 미움을 받고, 손바닥이든 파리채이든 신문뭉치이든 몸이 짜부라져 죽기 일쑤인 모기인데, 이 모기한테도 제 나름대로 삶이 있고 제몫이 있습니다.
시골이나 숲에서 풀밭에 으레 모기가 있지요. 풀밭을 없애면 모기가 깃들 자리가 사라진다고들 하는데, 풀밭이란 모기를 잡아먹으려 하는 풀벌레도 살아요. 개구리도 살며, 참새나 딱새처럼 작은 새가 깃들기도 하는 자리이곤 합니다.
가을벌레가 겨울에도 아직 겨울잠에 들지 않고 움직이면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려주면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반기기 마련이에요. 이와 달리가 모기가 겨울에도 잠들 생각을 않고 잉잉 앵앵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면 더 모질게 미움을 받으며 잡혀죽기 마련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미움받이 노릇을 하는 모기인데, 비록 모기하고 살가이 지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모기라고 하는 작은 벌레붙이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 지구를 이루는 얼거리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12.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하고 그림은 자연과생태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마이 얻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