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반바지, 치마바지



  가을에도 반바지를 입고 싶습니다. 더 이쁜 반바지를 지어서 입고 싶습니다. 아직 바지를 바느질로 짓지는 못하지만, 남들이 지은 멋진 바지를 가만히 살피면서 바느질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이 입다가 무릎이 터진 바지를 기우면서, 제가 열 해 남짓 입는 동안 어느새 엉덩이가 닳아서 구멍이 나는 바지를 덧대면서, 즐겁게 옷을 입는 살림을 헤아리다가, ‘치마반바지’가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그래, 치마반바지라면 사내도 입을 만하겠지? 한국에서는 치마를 입는 사내를 보기 어렵습니다만, 치마는 누구나 입을 만한 옷이라고 느껴요. 더욱이 바지하고 치마를 하나로 묶은 치마바지는 더없이 멋진 옷이로구나 싶어요. 멋스럽기도 하고 더 따뜻하기도 하달까요. 아버지가 치마반바지를 입고 지내는데 아이들은 딱히 쳐다보지 않습니다. 따로 묻지조차 않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사내는 이래야 하거나 가시내는 저래야 한다는 틀을 세우지 않아요. 곱다고 여기는 옷이면 누구나 입는 옷이라고 여깁니다. 아버지도 치마를 입고 어머니도 바지를 입어요. 마음에 안 드는 옷이라면 그냥 안 입으면 된다고 여깁니다. 사내라서 머리카락을 짧게 쳐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가시내라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가시내인가 사내인가에 따라서 옷을 가르지 않고, 쓰임새에 맞추어 옷을 지어서 입을 노릇이요, 저마다 좋아하는 결을 살펴서 즐겁게 옷을 손질해서 입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7.10.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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