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선택


 너의 선택이 옳아 → 네가 고른 길이 옳아 / 네 생각이 옳아

 국민의 선택은 5번 후보였다 → 사람들은 5번 후보를 뽑았다

 첫날의 선택은 놀이였다 → 첫날은 놀이를 골랐다


  ‘선택(選擇)’은 “1.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2. [생물]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하여, 생물 가운데 환경이나 조건 따위에 맞는 것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죽어 없어지는 현상 3. [심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수단을 의식하고, 그 가운데서 어느 것을 골라내는 작용”을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은 ‘선택’을 “골라 뽑음”으로 풀이하지만 ‘고르다’하고 ‘뽑다’를 함께 넣은 뜻풀이는 올바르지 않아요.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고르다’는 “여럿 중에서 가려내거나 뽑다”로 풀이하고, ‘뽑다’는 “여럿 가운데에서 골라내다”로 풀이하기에 뒤죽박죽 돌림풀이입니다. 더욱이 ‘고르다’ 뜻풀이에는 ‘가리다(가려내다)’라는 낱말까지 붙지요. 그리고 ‘선택 2’하고 ‘선택 3’은 한자말을 학문에 쓰는 보기입니다. 한국말 ‘고르기·고름’이나 ‘뽑기·뽑음’은 왜 학문에서 안 쓸까요? 한자말 ‘선택’을 꼭 쓰고 싶다면 “네 선택이 옳아”나 “국민 선택은”이나 “첫날 선택은”처럼 ‘-의’만 덜 수 있어요. 찬찬히 헤아려 볼 수 있다면 말틀을 가다듬어 ‘-의’를 비롯해서 ‘선택’을 나란히 털어낼 만합니다. 2017.10.22.해.ㅅㄴㄹ



아버지가 딸의 남편 선택에 있어서 종교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기 때문이다

→ 아버지는 딸이 남편을 고를 때 종교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자꾸 말했기 때문이다

→ 아버지는 딸이 남편감을 찾을 때 종교 틀을 따라야 한다고 내내 밝혔기 때문이다

→ 아버지는 딸이 남편으로 삼고 싶다고 할 때 종교를 따라야 한다고 늘 얘기했기 때문이다

《일 분 지혜》(앤소니 드 멜로/이미림 옮김, 분도출판사, 1986) 24쪽


듣는 것만큼의 적극성이 없는 대신에 책의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 듣기만큼 애써 나서지 않지만 책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 들을 때만큼 힘껏 나서지 않지만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고

→ 듣기만큼 애써 나서지 않되 책을 저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 들을 때만큼 힘껏 나서지 않되 책을 보고 싶은 대로 고를 수 있고

→ 듣기만큼 애써 나서지는 않으나, 책을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고

→ 들을 때만큼 힘껏 나서지는 않으나, 보고픈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고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 유원, 2003) 14쪽


주제의 선택은 사진작가의 취향과 성격에서 결정된다

→ 주제를 고르는 일은 사진작가 취향과 성격에서 갈린다

→ 주제 고르기는 사진작가가 좋아하는 대로 나뉜다

→ 주제를 무엇으로 고르느냐는 사진작가 마음에 따라 다르다

→ 주제를 어떻게 고르느냐는 사진작가 뜻에 따라 다르다

《사진이란 무엇인가》(최민식, 현문서가, 2005) 68쪽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사장의 선택을 받은 셈이었다

→ 까다롭기로 이름이 난 사장한테서 뽑힌 셈이었다

→ 까다롭기로 이름이 난 사장이 뽑은 셈이었다

→ 까다롭기로 이름이 난 사장이 고른 셈이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이소이 요시미쓰/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5) 2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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