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 배우자 역사 2
서해경 지음, 이선주 그림 / 풀빛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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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78


군대·돈을 앞세워 문화재를 빼앗은 프랑스·영국
― 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
 서해경 글·이선주 그림
 풀빛미디어, 2017.8.11. 14000원


  어린이 인문책 《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풀빛미디어, 2017)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책은 지구에서 숱한 나라가 끝없이 전쟁을 일으킨 까닭 가운데 하나를 날카롭게 다룹니다. 숱한 나라가 전쟁을 자꾸 일으킨 까닭은 ‘이웃나라가 우리를 윽박지르거나 괴롭히거나 쳐들어왔’기 때문이 아니라고 해요. 이웃나라가 품은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놀랍거나 훌륭하거나 값진 보물이나 문화재를 거저로 빼앗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적잖은 나라나 겨레가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해요.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무기가 없이 평화롭게 살던 나라로 마구 쳐들어가서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이고 집하고 마을을 불태울 뿐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돈 될 만한 것’을 깡그리 빼앗았다고 합니다.


이집트가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나폴레용이 이집트를 침략했을 때 함께 간 학자들이 이집트에 관해 연구하고, 책을 내면서부터예요. 유럽에 이집트풍이 유행했지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관광하는 것도 유행했어요. 이집트 문명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집트를 찾아왔고, 더 많은 이집트 문화재를 도굴하고 훔쳐갔어요.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미드 속의 보물을 훔치고, 스핑크스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으려고 스핑크스의 등에 구멍을 내어 폭약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25쪽)

(1797년 나폴레옹 군대) 군인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칼로 ‘가나의 혼인 잔치’를 반으로 잘랐어요. 235년 동안 (이탈리아) 성당의 자랑거리였던 ‘가나의 혼인 잔치’가 칼로 잘리는 모습을 보며 수도사들은 슬픔이 북받쳤어요. (92쪽)


  우리는 중세나 현대라고 하는 때에 유럽 여러 나라가 저지른 그악스러운 전쟁판을 세계사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즈음 유럽은 저마다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다고 하면서 전쟁무기를 이끌고 돌아다녔어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어마어마하게 죽였고, 그곳에 있던 값진 것을 낱낱이 가로챘어요. 지도로 아프리카를 보면 나라하고 나라 사이가 반듯한 금이에요. 아프리카 나라들이 서로 그처럼 금을 그었기 때문이 아니라, 유럽 나라가 서로 식민지 다툼을 하면서 멋대로 그은 금이기 때문이에요.

  프랑스 나폴레옹은 스핑크스를 보고는 나룻(수염)이 건방져 보인다면서 대포를 쏘아서 부수었다지요. 그런데 나폴레옹은 스핑크스를 망가뜨리기만 하지 않았답니다. 나폴레옹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이른바 ‘침략전쟁’을 일으킬 적마다 언제나 학자를 잔뜩 데리고 다녔다는군요.
  아니, 전쟁통에 웬 학자를?

  이웃나라에 있는 값진 문화재나 보물을 알아보려면 학자가 있어야 했다는군요. 프랑스 학자는 프랑스 군대를 따라 이곳저곳 함께 움직이면서 이웃나라 문화재를 짓밟거나 망가뜨리거나 빼앗는 짓을 저질렀다고 해요.


조국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강제로 떼어내져서 남의 나라 박물관에 전시된 조각품들을 보고 메르쿠리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슬픔이 북받쳤지요. 메르쿠리는 이 일을 잊지 않았어요. 그 뒤 메르쿠리는 그리스가 독재국가가 되자, 영화배우의 삶을 버리고 그리스를 위해 독재정권과 싸웠어요. 그리스에서 추방당하고 목숨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메르쿠리는 그리스의 자유를 위한 싸움을 폭기하지 않았어요 … 문화부 장관이 된 메르쿠리는 당장 영국으로부터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을 돌려받기 위해 나섰어요 … “영국은 약탈한 아크로폴리스 신전 조각품들을 돌려줘 원형을 복구하도록 해야 한다.” (31, 32쪽)

로제타석은 이집트의 것일까요, 아니면 로제타석을 발견하고 해석한 프랑스의 것일까요, 아니면 지금 로제타석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것일까요? (63쪽)


  군대하고 함께 다닌 학자는 프랑스에만 있지 않았어요. 중남미나 아프리카로 원정 군인을 보낸 유럽 여러 나라도 학자를 꼭 함께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들 학자는 새로운 땅을 ‘연구’한다는 뜻을 내세웠는데요, 그러나 이들 학자는 전쟁 우두머리가 바라는 ‘값진 보물하고 문화재 빼앗기’를 앞장서서 도와준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는 이 대목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문화재를 빼앗는 군대와 전쟁을 다루면서 우리가 앞으로 이룰 평화를 가만히 밝힙니다. 멀쩡한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까닭은 거의 모두 전쟁 때문이요, 이 전쟁은 돈 때문입니다. 눈먼 돈을 가로채려는 뜻으로 전쟁무기를 키우려고 돈을 쓰지요. 전쟁무기에 돈을 쓴 만큼 더 많은 돈을 거두어들이려고 하지요. 어느 한 나라로 쳐들어가서 그 나라 보물하고 문화재를 훔치거나 빼앗았어도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전쟁무기하고 군대는 고스란히 있으니 끝없이 전쟁을 더 일으키고 자꾸 일으켜요.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다’는 이름을 내세워 ‘착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나라를 짓밟는 짓’을 그치지 않습니다.


열흘 만에 베닌 왕국은 영국군에게 점령당했어요. 1897년 2월 18일이었지요. 수백 년간 평화롭게 살았던 베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베닌의 군사와 국민이 얼마나 희생되었는지는 알 수도 없었어요. (111쪽)

베닌 왕국이 있던 나이지리아는 1900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60년 10월 독립했어요. 그 뒤, 나이지리아는 세계에 흩어진 베닌 브론즈를 돌려받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국은 베닌 왕국이 필립스 일행을 공격한 대가라며 베닌 브론즈를 돌려주지 않고 있어요. 영국 다음으로 베닌 브론즈를 많이 가진 독일과 미국 등은 베닌 브론즈를 영국 정부에 정당하게 돈을 주고 샀으니, 베닌 브론즈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요. (119쪽)


  한국은 문화재를 많이 빼앗긴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를 쓴 분은 이 책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다루었고, 지난 2015년에는 한국이 빼앗긴 문화재 이야기를 다룬 《빼앗긴 문화재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들 책은 어린이한테 조용히 묻습니다.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한테 ‘이웃나라한테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를 묻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좋거나 값지구나 싶은 것을 이웃이 건사할 적에, 이를 힘이나 돈을 앞세워서 빼앗거나 가로채도 될는지를 물어요. 우리가 이웃한테서 값진 것을 빼앗거나 가로채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웃도 우리를 얼마든지 괴롭히거나 닦달하면서 우리한테 값진 것을 빼앗거나 가로채도 되는 얼개일 테지요.

  우리 스스로 우리 보물이나 문화재를 지킨다고 할 적에는 이웃도 이웃 보물이나 문화재가 언제까지나 곱게 그곳에 있을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기울이면서 아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빼앗은 문화재를 돌려주도록, 그러니까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도록 힘쓰기도 해야 할 텐데, 이와 맞물려서 ‘빼앗고 빼앗기는 전쟁과 돈이란 무엇인가?’를 찬찬히 돌아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1914년 스타인은 다시 둔황석굴을 찾아가서, 왕원록에게 돈을 조금 쥐여 주고는 두루마리 600개를 가져갔어요. 스타인은 자신의 행동이 중국의 소중한 문화재를 도둑질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랫동안 잊힌 보물을 내가 구출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라는 자부심이 넘쳤어요. 영국인들도 스타인을 높게 평가했고, 영국 정부는 그의 신분을 귀족으로 높여 줬어요. (165쪽)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쫓겨나자, 그 문화재들은 우리나라에 남겨졌어요. 지금 둔황 막고굴의 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요. ‘오타니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된 그 문화재는 4500여 점이나 되지요. 중국은 우리나라에 둔황의 문화재들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176∼177쪽)


  둔황 보물을 빼앗은 영국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녁은 영국에서 귀족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뿐 아니라 ‘잊혀진 보물이 빛이 나도록 했다’는 말을 내세운다고 하지요. 그런데 둔황 보물을 영국사람이 어떻게 훔칠 수 있었을까요? 이 영국사람은 어느 중국사람한테 돈을 주고서 둔황 보물을 찾아나섰다고 합니다. 중국 보물을 빼앗은 영국사람이 한쪽에 있다면, 이 영국사람한테서 돈을 받고 ‘중국 보물을 영국사람이 빼돌리도록 다리를 놓은 중국사람’이 있다는 뜻이에요.

  지난 일제강점기에 이 비슷한 일을 한 사람을 두고 친일파라고 합니다. 때로는 총칼에 눌리고, 때로는 돈에 눈이 멀어서 바보짓을 한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까 문화재가 문화재로 있을 수 있으려면, 먼저 우리가 우리 스스로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돈 몇 푼에 넘어가서 ‘내 것이 아닌 우리 보물’을 누가 훔쳐가도록 몰래 도와주는 이들은 어리석기도 어리석지만, 삶에서 무엇이 대수로운지를 모르는 셈이에요.

  그런데 한국에도 ‘둔황 문화재’가 있다고 해요. 예전에 일본사람이 훔쳐다 놓은 것들이라는군요. 둔황 문화재를 훔쳐서 건사하던 일본사람은 한국이 해방을 맞이한 자리에서 이를 챙기지 못했대요. 얼결에 한국에 남은 둔황 문화재라는데, 한국은 이 둔황 문화재를 아직 중국한테 안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한국도 다른 여러 나라한테 문화재를 많이 빼앗겼으니, 문화재를 빼앗긴 아픔을 모를 수 없는 나라인데, 한국 것이 아닌 이웃나라 것이 이 땅에 남았다면, 우리부터 이 값진 이웃나라 문화재를 깨끗하게 돌려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웃나라 문화재를 이웃나라한테 안 돌려주면서 다른 나라더러 우리 문화재를 돌려주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입니다. 2017.10.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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