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9.13.


수원에 닿아 번개모임을 했다. 번개모임을 마치고 사당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넘어서는 버스도 시외버스라고 해야 할까. 마을책방 〈노르웨이의 숲〉은 전철역으로는 ‘성균관대역’에 내려 걸어서 찾아간다. 그러니 사당역으로 버스를 타고 갈 적에는 이 역 둘레로 돌아가는데, 이 자리가 “대학교 앞”이라는 대목을 버스를 탈 적에 새삼스레 느낀다. 앳된 젊은이들이 버스에 가득하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가는 대학생일까? 어쩌면 그렇겠지. 사당역에서 버스를 내리는데 참말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어마어마한 물결이다. 그런데 말이지, 내 눈에만 이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버스에서도 사당역 언저리에서도, 또 전철을 갈아타고 내방역으로 가는 동안에도, 앳된 젊은이들 얼굴에 웃음이 안 보인다. 거의 모두 손전화기를 바라보며 재미난 영상을 보거나 놀이를 할 텐데, 활짝 웃음지으면서 다니는 젊은이를 만나기 어렵구나 싶다. 왜? 왜 이렇게 즐거운 웃음이 없이 영화나 연속극이나 누리놀이에 빠지지? 방배동에 있는 마을책방 〈메종 인디아 브러블 앤 북스〉에 들러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 열한 시가 넘어 공덕역 쪽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ㅈ출판사 대표님하고 ㅌ디자인회사 대표님을 함께 뵙는다. 새벽 한 시까지 더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룻밤 묵을 곳으로 들어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메이즈》를 마저 읽는다. 나는 소설을 거의 안 읽는다. 지난 스물 몇 해 사이에 읽은 소설책을 다섯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어쩌다가 얼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메이즈》를 손에 쥐고 말았는데, 막상 손에 쥐고 보니 ‘소설이란 이런 맛을 사람들한테 들려주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책이름으로 붙은 말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갈 길을 찾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어디로 가야 즐거운 삶이 될는지 저마다 늘 헤매면서 다리가 아픈 사회라고 느낀다. 그러나 길이란 늘 있다. 남들이 내는 길이 아닌 내가 스스로 내는 길이라면 늘 있다. 사회가 내주는 길이 아닌, 우리가 씩씩하게 걸어가며 내는 길이라면 언제나 환하게 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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