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니까 또 쓰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잘 쓸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맛도 먹어 본 사람이 알듯이, 글도 써 본 사람이 잘 쓴다는 말도 떠들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다. 글이든 맛이든 다른 삶이나 살림이든, 겪었기에 더 잘 할 줄 안다기보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할 적에야 비로소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하지 않는다면 늘 엇비슷한 글만 쓰고 엇비슷한 맛만 느끼며 엇비슷한 일만 하는구나 싶다. 우리가 글을 굳이 쓰려고 한다면, 예전에 쓴 글하고 엇비슷한 글을 쓰려는 뜻일까? 아니리라 본다. 우리는 어제 쓴 글하고 닮은 글을 오늘 굳이 쓸 까닭이 없다. 어제는 어제로 끝났다. 오늘은 오늘로 새롭다. 오늘로서 새롭고 싶기에 그야말로 새로운 마음으로 가다듬으면서 글을 쓴다. 써 본 적이 있기에 글을 익숙하게 쓸 수 있다면, 이런 글은 굳이 읽을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솜씨 좋은 사람이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 지은 삶과 살림을 스스로 즐겁게 풀어내는 글일 적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반가운 글이 된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잘 쓰는 글은 대수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다. 삶이 흐르는 글이 대수로우며 재미있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풀어내는 글이 반갑고 훌륭하다. 2017.9.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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