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8.30.


교정종이를 챙겨서 읍내로 가는 날. 집에서 글손질을 마치고 읍내로 가서 우체국 택배로 부치면 가장 좋으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집에서 밥짓고 빨래하고 이 일 저 일 건사하면서 마무리가 살짝 버겁다. 글을 쓴다는 분들이 조용하거나 호젓한 찻집에서 홀로 글을 붙잡곤 하는 삶을 알 만하다. 나는 여태 오직 글쓰기에만 하루를 써 본 적이 없다고 느낀다. 스무 살 무렵에는 신문을 돌리거나 신문값을 받으러 다니는 틈을 쪼개어 우체국 단말기로 글을 썼다. 스무 살부터 제금을 나서 살았기에 먹고사는 모든 일을 스스로 챙겨야 했고, 한 손에는 언제나 부엌칼이나 빨래비누를 쥐었다. 두 아이를 거느리는 동안에도 홀가분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제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노라면 홀가분한 적이 없이 글을 썼기에 내 나름대로 즐거운 살림 이야기를 글마다 담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살림지기 노릇은 빠듯할 수 있지만, 살림지기 노릇을 하기에 스스로 다잡는 글쓰기가 되는구나 싶다. 읍내로 나오는 길에 가방에 《한국의 악기》 첫째 권을 챙겼다. 제법 묵직한 책이다. 국립국악원에서 지었다고 하는데, 말씨가 좀 어렵다. 우리 겨레 옛 노래(국악)를 다루는 글인데 한문 말씨라든지 번역 말씨가 짙다. 어쩌면 우리 겨레 옛 노래를 시골 들노래나 살림노래가 아닌 궁중노래를 바탕으로 살핀 탓일 수 있다. 부엌에서 살림하고 들에서 일하는 시골지기 마음이 되어 우리 겨레 옛 노래를 돌아본다면 부엌지기나 들지기 말씨로 옛 노래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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