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8.12.
모처럼 이틀 내리 자전거를 달린다. 수레 바퀴 한쪽이 자꾸 바람이 새기에 오늘은 겨울옷을 마당에 널고서 바퀴를 손보기로 한다. 겉바퀴를 벗기고 속바람이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서 물에 담가 본다. 한 군데에서 물방울이 보글보글 나온다.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땜고무를 붙이는데 영 안 붙는다. 땜고무를 팔 적에 곁달리는 풀만 붙나? 고무에 쓸 수 있는 본드를 사서 붙이는데 자꾸 떨어지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땜고무가 살짝 떨어진 채 속바람이를 끼워서 바람을 채워 본다. 문득 생각해 보았는데, 속바람이에 땜고무가 살짝 붙은 채 바람을 꾹 채우면 겉바퀴 안쪽에 착 눌리면서 외려 잘 붙을 수 있다. 이런 생각대로 땜고무가 잘 붙어 주는지 더는 바람이 안 샌다. 책숲집으로 종이상자 한 짐을 옮긴다. 나는 풀을 베고, 큰아이는 만화를 읽으며, 작은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굴린다. 한 시간 남짓 이렇게 보내고서 자전거를 다시 달린다. 천천히 느긋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면소재지 놀이터로 간다. 꽤 오랜만이다. 나는 등허리를 펴면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어 본다. 시집 첫머리에 흐르는 ‘서울말-진주말’을 견주는 노래가 재미있다. 모든 시를 이처럼 서울말하고 진주말 두 가지로 써 보아도 좋겠구나 싶다. 아니 시집을 통째로 진주말로만 내보면 어떨까? 시집뿐 아니라 어린이책 번역도 이렇게 진주말로 해 보면 얼마나 재미날까? 문학하는 이들이 서울말 아닌 시골말(또는 고장말)을 쓸 적에는 말씨가 매우 곱고 부드러우면서 쉽고 착하다. 참 좋데이.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