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7.19.
며칠째 온 집안을 들어내듯이 치우고 쓸고 갈무리하면서 보낸다. 눅눅한 기운을 빼려고 애쓰는 하루인 터라 글쓰기도 책읽기도 모두 뒷전이다. 묵직한 옷장을 나르거나 옮긴다든지, 벽하고 보꾹을 닦을 적에 온몸에서 땀이 송글송글 솟는다. 방바닥에 불을 넣으며 집안을 치울 적에는 땀이 빗물처럼 줄줄 흐르기도 한다. 걸레로 바닥을 훔치다가 땀으로 바닥을 닦는 셈인가 싶기도 하다. 일을 쉬고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고서 끄응 하고 등허리를 펼 무렵 《엄마는 해녀입니다》를 집어 본다. 바다밭을 가꾸는 어머니들은 바다지기요 바다님이면서 바다벗이리라 느낀다. 어머니는 살림꾼이자 사랑지기요 꿈벗이라고도 할 만하지 싶다. 수수한 어머니 이야기나 아버지 이야기가 이처럼 그림책으로 태어나면 반갑다. 그나저나 ‘물결’이라는 낱말이 있는데 꽤 많은 이들이 ‘파도’라는 낱말만 쓰곤 한다. ‘웃음’이라는 낱말을 굳이 안 쓰고 ‘미소’를 꼭 써야 할까. ‘너의’나 ‘엄마의’처럼 꼭 ‘-의’를 넣어야만 할까. 그림책 뒤에 영어를 붙인 대목이 좋다. 차라리 영어는 스스럼없이 읽을 수 있다. 한국말로 적는 글은 외려 내키지 않는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