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웃는다 바람그림책 55
오사다 히로시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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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7


새로움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웃어요
― 아이는 웃는다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펴냄, 2017.2.15. 12000원


  그림책 《아이는 웃는다》(천개의바람,2017)는 아이가 자라는 흐름을 짤막한 이야기에 맞추어 부드러운 그림을 엮으면서 들려줍니다.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아기가 차츰 웃음을 배우다가 어른들처럼 이것저것 해낼 줄 아는 사이에 문득 웃음을 잃고 울음도 잃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아이는 웃는다》는 어린이 그림책이라기보다 어른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어린이가 ‘어른은 어떤 모습으로 사는가’를 헤아리도록 이끄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을 테고요. 따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내놓은 그림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리 내어 우는 걸 배웠다.
울다가 그치는 걸 배웠다. (2∼4쪽)

문득 눈을 뜨고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도 배웠다. (7쪽)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서 생각해 봅니다. 아기한테서 어버이는 으레 두 가지 마음을 읽습니다. 하나는 울음을 바탕으로 이 울음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읽어요. 다른 하나는 웃음을 바탕으로 이 웃음이 무엇을 가리키는가를 읽지요.

  배고파서 울 수 있고, 졸려서 울 수 있어요. 고단하거나 싫어서 울 수 있고, 짜증스럽거나 아파서 울 수 있어요. 더워서 울거나 놀라서 울기도 해요.

  배불러서 웃을 수 있고, 놀고 싶어 웃을 수 있어요. 기쁘거나 신나거나 재미나서 웃을 수 있고, 반갑거나 좋거나 놀라워서 웃을 수 있어요. 시원해서 웃거나 새롭기에 웃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웃는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말 아닌 말이, 웃음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먼 옛날 세상의 처음부터 있었던 말. (10쪽)


  웃음짓 하나로 백 마디 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백 가지 웃음짓을 그릴 수 있습니다. 웃음만 짓기에 모든 마음이나 말을 나타내지는 않아요. 그리고 말로 모든 마음이나 웃음을 그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웃음을 짓고, 때로는 술술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요. 때로는 웃음을 그치고, 때로는 입을 닫고 조용히 있어요.

  말을 이것이나 저것을 가리키는 이름일 적도 있으나,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무늬나 그림일 적도 있습니다. ‘아!’나 ‘오!’라고 짧게 내뱉는 말로도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요. ‘좋아!’나 ‘미워!’나 ‘기뻐!’ 같은 말로도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지요.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해요. 깔깔웃음을 짓다가 너털웃음을 짓기도 하고요.

  아기는 울음하고 웃음으로 제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다가, 어른 곁에서 찬찬히 사랑을 받으면서 말로 제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새롭게 그리는 길을 익힙니다. 말을 다룰 줄 알면서 어른이 되어요. 말을 새롭게 지을 줄 알면서 철이 듭니다. 이러는 동안 말마디에 서린 웃음하고 울음을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씩씩하게 자라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무언가를 얻는 것일까?
아니다. 배우는 것은 배워서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20쪽)


  그림책 《아이는 웃는다》에 글을 넣은 분은 ‘배움 = 더 많이 잃는 것’이라고 적습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웃음을 잃으면서 사회에 익숙해진다고도 적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이 얘기가 맞을 수 있으나, 꼭 이와 같지는 않다고 느껴요. 아기는 ‘엄마’나 ‘아빠’나 ‘밥’이나 ‘바람’ 같은 말을 하나씩 배우면서 새롭게 눈을 뜨고, 새롭게 웃음지을 줄 알아요. 어렴풋하게 쳐다보던 것을 제대로 이름을 붙일 줄 알면서 기쁜 웃음이 터집니다. 하나도 모르던 것을 처음으로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붙이면서 재미난 웃음이 샘솟아요.

  어른이 더는 웃지 않는 까닭이라면 스스로 새로운 말을 지으며 새롭게 기쁜 삶인 줄 잊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저 어른이 되기에 웃음을 잃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아이들 가운데에도 어릴 적부터 학원이나 시험공부에 너무 얽매여 괴로운 아이들은 웃지 못해요. 오늘날 수많은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 빈터나 마을을 빼앗기기 일쑤예요. 마을이나 마당이 놀이터가 되고, 주차장 아닌 빈터에 씨앗을 심거나 흙놀이를 즐기는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오늘날 아이들도 새삼스레 웃음을 찾을 만하지 싶어요. 아이들이 다시 웃음을 찾는다면 어른들도 새롭게 웃음을 찾을 테고요.


아직 말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웃는다.
웃는 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웃는다.
더 이상 웃지 않는 어른을 보고,
아이는 웃는다. (26쪽)


  새로움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웃어요. 새로움을 배울 적에 어른도 함께 웃어요. 새로움을 배우지 못하니 아이들이 웃을 일이 없어요. 어른도 아이와 같아서 새로움을 배우지 못하면 웃을 일이 없구나 싶어요.

  지식이나 정보가 새로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하루하루 모두 새로운 삶이요 살림일 적에 웃음이 피어난다는 뜻이에요. 교과서 수업을 꾸준히 나가야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두 손으로 새롭게 짓거나 가꿀 수 있는 길을 걸을 때에 비로소 환하게 웃지 싶어요. 어른들도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새롭게 짓거나 가꿀 적에는 날마다 환하게 웃는구나 싶고요.

  웃음은 늘 우리 곁에 있어요. 웃음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서 피어나요. 2017.7.1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그림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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