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에너지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최영민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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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25


숲에 송전탑을 박지 않는 슬기로운 정책을 꿈꾸며
―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에너지
 최영민 글
 원정민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7.5.15. 13000원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한테 여름 무더위에 부채 하나만으로 땀을 식히라고 말한다면, 서울 어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만할까요? 서울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자동차나 건물이나 일터나 가게에서 늘 에어컨 바람을 쐴 뿐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으레 에어컨 바람을 쐬는 어른한테 이 여름에 부채 하나로 시원한 여름을 누려 보라고 말한다면, 서울 어른은 어떻게 생각할 만할까요?

  요즈음 시골에는 에어컨을 놓은 집이 무척 많습니다. 도시로 나간 딸아들이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에어컨을 들여놓아 주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에어컨은 도시에서 손자 손녀가 찾아올 적에만 틀 뿐 여느 때에는 거의 안 쓰신다고 해요. 전기값 때문에 안 쓴다기보다 에어컨이 아니어도 시골에서는 시원하게 보낼 곳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무 그늘이 있고, 골짜기가 있으며, 마을 오두막이 있어요.


“불 피우는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 불씨를 빼앗으려고 서로 싸우는 일은 없겠죠.” “그래도 불씨 때문에 전쟁을 한다는 건 이해가 안 돼요. 기술이 없어도 불씨를 서로 빌리면 되지 않아요?” 현우의 말이 맞다. 빌리면 되는데, 촛불에서 다른 초에 불을 붙여도 처음의 촛불이 꺼지거나 약해지지는 않잖아? “좋은 질문이에요. 그렇게 하면 싸울 필요가 없겠죠.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 (원시시대에) 불은 요즘 말로 하면 최첨단의 신물질 같은 거라 할 수 있어요. 그걸 가진 부족은 번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음 부족은 쇠락할 수 있는. 현대에 석유를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44∼45쪽)


  서울에서도 나무가 우거진 공원이 있다면, 나무 그늘에 놓은 걸상에서 시원한 여름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나무는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사람들한테 짙푸른 바람을 베풀어 줍니다. 푸나무가 있기에 숨을 쉴 수 있는 사람 목숨일 뿐 아니라, 푸나무가 베푸는 싱그럽고 시원한 바람으로 여름 더위를 날 수 있는 사람 목숨이에요.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원하며, 다른 시설이나 자원을 쓰지 않고도 깨끗하면서 시원하지요.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에너지》(분홍고래,2017)를 읽으면서 여름 더위하고 겨울 추위를 생각해 봅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숲이 마을살림을 도와줍니다. 비바람을 그어 주기도 하는 숲이요, 가물지 않도록 도와주는 숲이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고 그늘을 주는 숲이에요. 더욱이 숲이 우거지기에 집을 지을 나무를 얻어요. 숲에서 얻은 나무로 옷장이나 책걸상을 짜고, 종이를 빚으며, 땔감으로 삼지요.

  오늘날 우리는 나무로 땔감을 삼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서울이든 시골이든 화석연료를 땔감으로 삼기 마련이에요. 전기도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기 마련이니, 거의 모든 곳은 화석연료를 쓴다고 할 만합니다.

  화석연료를 언제까지나 쓸 수 있다거나, 화석연료를 태울 적에 쓰레기나 매연이 안 나온다면 딱히 걱정이 없겠지요. 그렇지만 화석연료는 모든 나라에 골고루 있지 않아요. 화석연료를 태우는 동안 지구 생태계가 흔들려요. 오늘날 우리는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엄청난 문화와 문명을 누립니다만, 이 길은 머잖아 접고서 새로운 길로 가야 하는 줄 거의 모든 사람이 알기는 알아요.


“고대 로마에는 9백 개 가까운 공중목욕탕이 있었대요. 그중 열 개는 아주 호화로운 곳이었거요. 로마 사람들은 목욕을 무척 좋아했어요. 씻는 것만이 아니라 휴식과 사교의 공간이기도 했죠. 그런 목욕탕을 유지하려면 많은 땔감이 필요했어요. … 그래서 로마 주변의 나무는 물론 이탈리아 지역 곳곳에 있는 숲이 파괴되었어요. 나중에는 아프리카에서 땔나무를 가져와야 했어요. … 물론 숲의 파괴는 목욕탕 때문만은 아니에요. 군대에 필요한 무기와 배를 만드는 데도 나무가 필요했죠. 금속을 가공하는 데 많은 나무가 연료로 쓰였고요.” (50∼51쪽)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에너지》는 어린이들이 옛날 어른들이 어떻게 ‘에너지 싸움’을 벌였는가 하는 모습을 몸소 지켜보도록 이끌면서 ‘오늘 이곳에서는 어떻게 에너지를 나누며 살아야 아름다울까?’ 하고 묻습니다. 오늘날 눈으로 보자면 고작 불씨 하나일 뿐인데 서로 죽이고 죽는 끔찍한 싸움이 벌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눈으로 보자면 로마에 고작 900 곳쯤 되는 공중목욕탕이라지만, 로마뿐 아니라 이탈리아에다가 아프리카까지 숲을 무너뜨리는 어마어마한 짓을 벌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른바 문화나 문명을 누리겠다면서 대단히 헤프게 살아온 어른들이에요.

  게다가 어른들은 헤픈 살림에서 그치지 않아요. 나무로 무기를 만듭니다. 먼 길을 새롭게 나서는 ‘여행하는 배’가 아니라, 무기를 잔뜩 싣고 다른 나라를 쳐부수어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는 ‘전쟁하는 배’를 뭇지요.


아주 오래전에 식물들이 땅속에 묻혀 생긴 것이 석탄이라면 결국 화석에너지도 생명체에서 비롯된 거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에 생명의 역사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9쪽)

불을 둘러싼 원시인들의 전쟁보다 훨씬 뛰어난 무기와 기술로 싸운다는 것을,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제외하면 뭐가 다를까? 전쟁의 이유가 결국 에너지 때문이라면 대단한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의 이유가 정말 에너지 때문일까? 그걸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은 아닐까? (91쪽)


  원시 시대에는 원시스러운 무기로 죽이고 죽으면서 불씨를 거머쥐려고 싸웠다고 합니다. 근현대에 이르면 근현대다운 무기로 죽이고 죽으면서 문명을 키우느라 싸웠다고 해요. 오늘날에는 오늘날대로 최첨단무기를 앞세워서 죽이고 죽으면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권리를 가로채려고 싸운다고 합니다.

  화석연료가 많이 묻힌 나라는 화석연료가 적게 묻히거나 없는 나라한테 너른 손길로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힘센 나라는 전쟁무기를 그만 만들 수 있을까요? 전쟁무기를 만들거나 군대를 거느릴 돈과 힘과 품으로 아름다운 지구살림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미국·러시아·중국 같은 커다란 나라가 전쟁무기를 줄이기를 바라기 앞서, 남·북녘부터 서로 전쟁무기를 줄이면서 화석연료 씀씀이를 낮출 뿐 아니라, 앞으로는 평화롭고 평등한 민주 살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현대의 농업은 석유 농업이라 할 정도로 석유에 많이 의존해요. 농기계를 움직이는 건 물론 농약이나 비료도 석유를 갖고 만들거든요. 석유가 공급이 안 되니 농사짓기가 힘들어진 거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식량 생산이 줄어들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148쪽)

“전기 소비는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지만, 발전소는 주로 해안가에 있어요.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거죠. 지금처럼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각 도시로 보내는 에너지 공급 방식이 계속될 경우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전기도 별로 쓰지 않는데 송전탑 때문에 땅을 빼앗기거나 전자파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억울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그걸 지역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163∼164쪽)


  도시에 사는 분들도 송전탑을 더러 볼 텐데,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길을 자동차나 기차로 달려 보면 시골에 송전탑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박힌 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송전탑은 시골에서 도시로 뻗습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시골에 우람하게 지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에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로 송전탑을 수없이 박아 놓습니다.

  이제는 좀 곰곰이 짚어 보아야지 싶습니다. 송전탑은 논밭 한복판에도 들어섭니다. 송전탑은 아름드리숲에서 들어섭니다.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송전탑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일제강점기 쇠말뚝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나라 곳곳에 엄청나게 큰 송전탑과 굵은 전깃줄을 수도 없이 박거나 이어 놓아요.

  송전탑 세우고 전깃줄 드리울 돈으로 깨끗하고 아늑한 전기를 도시에서 스스로 얻는 길이란 없을까요? 도시에서는 찻길이나 건물마다 태양광 전지판을 놓을 만하지 않을까요? 고속도로에 태양광 전지판 지붕을 놓을 만하지 않을까요? 송전탑을 세워야 하더라도 논밭이나 숲이나 멧자락이 아닌 고속도로를 따라서 지나가도록 할 만하지 않을까요?


“말을 타던 시대의 길은 사람과 말이 함께 이용했어요. 자동차가 등장한 뒤의 길은 자동차만 다니는 길이 됐어요. 그래서 자동차는 빠르고 편안하게 달리지만, 사람에게는 위험한 차도가 된 거죠. 사람들은 중독된 것처럼 빠른 속도를 원했고, 그래서 산을 뚫고 다리를 놓아 길을 만들고, 그 길에 아스팔트를 덮는 데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여요.” (103∼104쪽)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덜어서 밥 한 그릇을 나눈다고 했습니다. 더 가진 이가 덜 가진 이웃한테 나누어 준다고 했습니다. 기부나 봉사라는 이름을 넘어서, 돈이 많은 나라나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돈을 이웃하고 넉넉히 나눌 만해요. 시골은 짙푸르면서 싱그러운 바람과 물과 먹을거리를 도시 이웃하고 넉넉히 나눌 만하지요.

  시골이 깨끗해야 도시도 아름답고 즐거운 밥살림이며 옷살림이며 집살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커다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시골에 때려짓고서 송전탑하고 전깃줄로 도시까지 잇는 에너지 정책은 너무 낡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도시한테마저 도움이 안 되고, 돈은 돈대로 너무 많이 씁니다.

  요새는 시골에 빈집이나 빈터가 늘어나면서 이처럼 넓게 비어 버린 곳에 ‘커다란 태양광 발전 단지’를 세우곤 하는데요, 큼직하게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 단지를 보면, 산중턱이나 마을 뒤쪽 산밭 자리에 ‘아파트를 세울 때처럼 굵고 긴 철근콘크리트 말뚝을 깊이 박은’ 뒤에 태양광 전지판을 붙입니다. 산중턱이나 산밭에 전지판을 세우려니 크고 굵은 철근콘크리트 말뚝을 밖을 수밖에 없겠으나, 이렇게 되면 산도 밭도 마을도 시골도 숲도 모두 망가져요. 화석연료를 안 태운다지만, 공사 시설이나 발전 시설은 생태를 오히려 무너뜨립니다.

  부디 슬기를 모아야지 싶어요. 이제는 참말 새로운 앞날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정책을 펴야지 싶어요. 함께 즐거울 길을 찾고, 아이들이 기쁘게 물려받아서 꿈을 키울 만한 삶터로 이 땅을 가꾸는 어른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행복한 에너지》라는 책에 붙은 이름처럼, 새로운 앞날로 함께 갈 수 있기를, 즐거운 에너지가 될 수 있기를, 깨끗하고 평화로운 정책과 나눔을 이루기를 빕니다. 2017.7.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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