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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가는 기쁨 - 진짜 삶을 방해하는 열 가지 거짓 신념에서 깨어나기
아니타 무르자니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17년 5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310
한 번 죽고 나서 송두리째 바뀐 삶
― 나로 살아가는 기쁨
아니타 무르자니 글
추미란 옮김
샨티 펴냄, 2017.5.31. 15000원
살다가 죽음 코앞까지 가 본 사람이라면, 이때부터 다르게 살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죽었구나 싶은 나날을 보내다가 새롭게 깨어나 본 사람이라면, 이때부터 새롭게 살기 마련이라고 하지요. 하늘 높이 날듯이 살다가 고꾸라진 사람하고, 벼랑 밑으로 굴러떨어졌다가 천천히 한 발씩 딛고 일어선 사람도 삶이 다를 테고요.
어쩌면 삶에는 벼랑이나 밑바닥이란 없을 수 있어요. 낮하고 밤이 있듯이, 여름하고 겨울이 있듯이, 때로는 훨훨 날 수 있고, 때로는 푹 주저앉거나 가라앉을 수 있어요. 훨훨 날기에 기쁘기만 하지 않고, 푹 주저앉거나 가라앉기에 슬프거나 괴롭기만 하지 않아요.
우리한테 찾아오는 모든 일은 무언가 배울 수 있도록 이끌지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이것을 배우고, 저곳에서는 저것을 배워요. 신나는 날에는 신나는 하루를 배우고, 괴로운 날에는 괴로운 하루를 배운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들의 놀림이 괴로웠던 것은 나 스스로도 내 피부색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6쪽)
내가 지금 음미하고 있는 이 멋진 것들을 깨닫기 위해 나는 그 고통스럽고 괴롭고 두려웠던 시간들을 통과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43쪽)
아니타 무르자니 님이 쓴 《나로 살아가는 기쁨》(샨티,2017)을 읽습니다. 이 책을 쓴 분이 낸 다른 책으로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2012)가 있어요. 두 가지 책은 글쓴이가 ‘씻을 수 없다는 병’에 걸린 뒤 몸져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다가 넋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일을 겪고 나서 스스로 어떻게 달라졌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들 아니타 무르자니 님이 ‘죽네’ 하고 여겼다는데, 이승에서 저승으로 죽음이라는 냇물을 건너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은 뒤에 ‘삶을 보는 눈’이 그야말로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뀌었느냐 하면, 죽음이라는 문턱을 맛본 뒤부터는 ‘스스로 가장 바라는 일’만 하는 삶이 되었다고 해요. 이녁한테 주어진 하루를 오직 스스로 가장 즐겁게 지을 수 있는 삶으로 가꾸려고 했답니다.
내가 갖고 있던 모든 믿음, 가치, 판단, 견해, 불안, 의심, 두려움이 내가 아님을 갑자기 깨달았을 때 어땠겠는가? (48쪽)
임사체험 중에 저는 조건 없는 사랑이 어떤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반대가 없습니다. (66쪽)
우리 둘 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거든요. 서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또 존중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서로 다른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서로 많이 배울 수 있죠. 그렇게 배운 덕분에 둘 다 많이 변하고 성장했죠. (70쪽)
제법 많은 영화와 만화와 책이 ‘임사체험’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죽음이라는 문턱을 디뎌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제껏 나는 내가 스스로 하고픈 일을 안 하고 남이 시킨 일만 했네’ 하고 알아차렸다고 밝혀요. 사회를 이루는 톱니바퀴나 쳇바퀴에서 이제부터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지요. 사회에서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거머쥐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삶에 기쁨과 사랑과 노래가 흐르는 길로 걸어간다고 하고요.
《나로 살아가는 기쁨》은 말 그대로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남이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기쁨입니다. 남 눈치를 살피지 않는 삶을 이야기해요. 남이 나를 어떻게 재거나 따지거나 말할까 하고 근심걱정을 하지 않는 삶을 이야기하지요. 남이 나를 높이 여겨 주기를 바라지 않는 삶을 이야기해요. 오직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깨어나서 즐겁게 꿈을 펼치자고 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룹니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모든 힘이 (의사) 젠 타이에게 있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내가 더 약해질 것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약해지면 나는 외부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믿게 될 것이었다. (110쪽)
나는 우리의 몸이 전쟁터가 아니라는 것과 몸을 전쟁터처럼 다루는 짓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무찔러야 할 적은 어디에도 없다. (122쪽)
모진 아픔을 털어내 본 일을 겪은 글쓴이는 ‘약이나 의사나 병원 처방’이 아닌 ‘마음이 어떠한가’를 비로소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해요. 약이나 의사를 아예 안 믿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약이나 의사한테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스스로 늘 튼튼하며 아름답다고 하는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해요. 남이 보기에 못생겼느니 잘생겼느니 하는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내 모습을 고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거듭나면서 산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요. 누구는 걸음이 빠를 수 있어요. 누구는 힘이 셀 수 있어요. 누구는 키가 클 수 있어요. 누구는 몸집이 우람할 수 있어요. 빨간 머리나 하얀 머리가 있고, 검은 머리나 노란 머리가 있어요. 어떤 몸이나 머리나 힘이 되어야 가장 좋거나 훌륭하지 않아요. 걸음이 느리고 힘이 여리더라도 스스로 얼마든지 튼튼하면서 이쁜 삶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 죽이고 증오심을 퍼뜨린다. (153쪽)
임사체험을 하는 동안 제가 할 일은 오직 저 자신으로 살고 저의 신성한 진실을 따라 사는 것임을 기억해 냈어요. (228쪽)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 어울리려고 애쓰느라 정신이 없어 조금씩 그런 진실들을 잊어가죠. 또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게 싫어서 자신의 빛을 희미하게 하기도 하고요. (250쪽)
옛말을 떠올립니다. ‘앓고 나니 달라진다’고들 해요. 작은 감기라 하더라도 이 감기를 치르고 나면 몸이 아플 적에는 그동안 대수롭다고 여긴 일이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은 줄, 아무것도 아닌 줄 알 뿐 아니라, 몸이 아플 적에 곁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대수롭지 않은가를 알 수 있어요. 앓고 나면 으레 스스로 가장 즐거울 일을 찾아나설 뿐 아니라, 곁에 가장 사랑스러운 것만 놓기 마련이에요. 밥 한 그릇을 맛나게 먹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고, 늘 마주하는 하늘을 고마이 바라볼 수 있어요.
나로 살아가는 기쁨, 고스란히 내가 나다운 기쁨, 언제나 스스로 사랑하며 이 사랑을 마음껏 펼치는 기쁨, 이 여러 가지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매만지지 않아도 아름다운 우리 삶을 돌아봅니다. 멋지거나 값진 옷을 걸치지 않아도 싱그러우며 빛나는 우리 삶을 돌아봅니다. 잔칫밥을 차리지 않더라도 즐거운 밥상맡이 되는 우리 삶을 돌아봅니다.
기쁘게 살아가는 길은 늘 한 가지로구나 싶어요. 남을 보지 않고 나를 보는 길입니다. 남을 따라가지 않고 내 길을 걷는 마음입니다. 남을 흉내내거나 베끼지 말고 아무리 초라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즐기면서 좋아해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남한테서 사랑받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길이 되기에 시나브로 웃음꽃이 피어나고 노래마당을 여는구나 싶어요. 2017.7.1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