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7.6.


광주로 길을 나서기로 한다. 이제 아이들은 이모네라든지 할머니네라든지 큰아버지네쯤 가는 길이 아니라면 함께 안 가려는 마음이다. 집에서 훨씬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줄 알고, 집에서 홀가분하게 먹고 쉬고 씻고 할 수 있는 줄 안다. 이 더위에 집이 가장 시원하며 가장 좋은 줄 안다. 그래 너희 아버지는 이 더위에 신나게 땀도 흘리고 볕도 쬐면서 길을 나서지. 광주 수완동에 깃든 이쁜 마을책방 〈동네책방 숨〉에서 이야기꽃을 지피거든. 군내버스에 올라 시집 《동경》을 편다. 순천에서 태어난 분이 쓴 시집이라고 한다. 대학교까지 순천에서 마친 분은 시집에 순천 이야기를 어떻게 펼치려나 하고 헤아리며 읽어 본다. 그러나 시집에는 순천 이야기라든지 순천 살림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순천사람한테 순천은 그냥 사는 곳일 뿐일까.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 곳은 되기 어려울까. 젊은 아픔과 생채기가 뚝뚝 묻어나는 시를 읽으면서, 젊은 시인은 꿈을 품기보다는 꿈을 못 품을 수밖에 없는 오늘날 사회를 바라보는 눈길을 시에 담으려 했나 하고도 헤아려 본다. 아무리 한국 사회가 꿈하고 동떨어진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시 한 줄에 사랑과 꿈과 살림과 사람을 그려 보면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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