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네 번 빨래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아침 일찍 빨래를 했고, 낮에 빨래를 더 합니다. 아이들하고 마을 어귀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어내는데, 두 아이는 한여름에 빨래터 물놀이를 하고 싶답니다. 그러마 하고 지켜봅니다. 옷을 몽땅 적시며 까르르 웃고 떠듭니다. 마을 할매는 회관에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시다가 우리 아이들이 함께 빨래터 치우기를 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수박을 썰어 가져다주십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다시 합니다. 물놀이를 하며 적신 옷을 빨지요. 하루 내내 신나게 논 아이들은 저녁에도 지치지 않습니다. 달빛을 바라보며 마을 한 바퀴를 걷는데 작은아이는 내내 달립니다. 이리 앞서 달리고, 저리 돌아오며 달려요. 옴팡지게 땀을 흘리며 저녁놀이를 즐긴 작은아이를 씻기고서 작은아이 옷을 또 빨아요. 아이들을 재우기까지 하루 네 번 빨래를 한 셈이고 네 번 씻긴 셈이에요. 하루에 네 번 빨래를 하자니 어지럽습니다만 예전에는 하루에 네 번뿐 아니라 열 번이나 스무 번도 빨래를 했다는 대목이 떠오릅니다.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그랬어요. 큰아이는 천기저귀 하루 마흔다섯 장씩, 작은아이는 천기저귀 하루 서른 장씩 빨랫감을 주었어요. 이불은 사나흘에 한 번씩 빨래하도록 했지요. 포대기나 처네도 이레마다 빨래를 했고, 배냇저고리나 손천이나 참말로 어버이는 빨래돌이로 살아야 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던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래돌이 살림’을 이 한여름에 문득 맞닥뜨렸어요. 참말로 씩씩하게 무럭무럭 개구지게 잘 크네요. 2017.7.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