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싸맴 (도서관학교 숲노래 2017.6.2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날이 가물어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문 날에도 풀은 무럭무럭 올라옵니다. 날이 가물어 논이나 못이 마른다면 풀도 못 자라야 옳다고 볼 만하지만, 풀은 가문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아요. 이런 날씨에도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려요. 가문 날 올라오는 풀을 보기 싫다고 뽑으면 땅은 힘을 잃지 싶습니다. 이렇게 가문 날에는 풀포기를 알맞게 베어 흙바닥을 덮어 줍니다. 풀포기를 덮은 흙바닥은 햇볕이 바로 닿지 않으면서 겹이 생겨요. 풀포기가 천천히 마르면서 풀물이 흙으로 스밉니다. 풀뿌리가 흙을 붙잡아 주면서 흙이 푸석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새벽에 이슬을 머금으며 풀뿌리는 기운을 내어 새 줄기를 올리고, 새 줄기가 어느 만큼 오르면 또 낫으로 베어 흙바닥을 덮어 주어요. 이렇게 흙을 살리면서 씨앗을 심을 적에만 호미로 살짝 구멍을 내듯 땅을 쫍니다. 맨흙이 드러난 자리에 덮을 풀을 베어 나르다가 그만 낫으로 왼손 둘째 손가락을 찍습니다. 풀포기를 넉넉히 베어 놓은 뒤에 낫으로 쥐어 나르다가 그만 낫날로 손가락을 콕 찍었지요. 아이야 참 아프네 하고 생각하면서 낫을 살살 손가락에서 빼내고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핏물이 줄줄 흐르며 떨어집니다. 큰아이가 옆에서 지켜보며 “피 흐르네. 안 아파?” 하고 묻습니다. “괜찮아. 이 가방을 들어 주겠니?” 하고 말하고는 넓은잎을 찾아봅니다. 어른 손바닥만 한 넓은잎이 보여서 석 장 뜯습니다. 두 장으로 생채기 언저리를 닦습니다. 한 장을 반으로 갈라 손가락을 감쌉니다. “묶어야겠네.” 하고 말하는 큰아이가 길다란 풀줄기를 끊어서 싸매 줍니다. 손끝에서 두근두근하며 생채기를 낫게 하려는 숨결을 느낍니다. 풀싸맴을 하고서 낫은 내려놓습니다. 도서관학교 한켠에서 잘 자라는 후박나무 곁에 섭니다. 오늘은 낫질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후박알을 훑습니다. 차분하게 풀싸맴을 거든 큰아이가 대견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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