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6.19.


작은아이하고 서울에 살짝 들른 뒤에 전주로 달렸다. 고흥에서 네 시간 반을 시외버스로 달려서 서울에 닿은 뒤, 전철과 두 다리로 코엑스 전시관에 찾아가서 두 시간 즈음 머문 뒤에, 한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기다려서 전주로 갔다. 두 시간 즈음 둘러보자고 먼걸음을 한 셈일까. 그러나 전주에 있는 이쁜 마을책방으로 가려는 뜻으로 이 길을 나섰다고 할 만하다. 18일 밤에 풍남문 옆 〈유월의서점〉에 깃들었고, 19일 아침에 인후초등학교 옆 〈책방 같이〉에 스며 보았다. 이러고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달린다. 전주에서 시외버스에 함께 오른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전주 고속버스역에서 매우 맛나게 굽는 햄버거를 먹다가 배고픔보다 졸음에 겨워 늘어지네. 작은아이를 다독이면서 《들꽃, 공단에 피다》를 읽는다. 처음에는 ‘아사히 비정규직’ 이야기가 일본 노동자를 다루었나 싶더니, 막상 책을 펼치니 한국 노동자를 다루었네. 외국계 공장 비정규직이 겪는 고단한 나날을 다루면서, 이 고단한 나날을 곁에서 어깨동무하는 이웃이 있어서 새롭게 기운을 낸다는 대목을 잘 짚는다. 참말로 비정규직 노동자 삶자리에 들꽃이 피어나기를 빈다. 새 대통령이 올해에 비정규직 실타래를 풀지 못하겠다면, 대통령도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바꾸어 손쉽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지 싶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군수도 모두 비정규직이 되어 본다면, 공무원도 몽땅 비정규직이 되어 본다면, 우리 사회에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도록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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