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내보내다
밤이 깊어 갑니다. 오늘 하루 마무리를 지을 일을 살피며 글을 쓰는데 셈틀에 벌레 한 마리가 붙습니다. 처음에는 파리인가 여겼는데, 나중에 보니 벌입니다. 자그마한 벌이 이 밤에 잠을 안 자고 길을 잃은 듯합니다.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흰종이를 쓰면 되겠네 싶더군요. 흰종이를 살살 밀며 벌이 흰종이에 앉도록 합니다. 벌은 얌전히 흰종이를 붙듭니다. 천천히 마루를 가로질로 마루문을 열고서 훅 바람을 일으킵니다. 네 보금자리로 찾아가렴. 네 보금자리까지 못 가더라도 풀밭에서 날개를 쉬렴. 이튿날 해가 뜨면 풀밭에서 꽃가루를 먹고 기운을 차려서 네 보금자리로 깃들렴. 2017.6.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