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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 지성자연사박물관 1
백남극 / 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뱀 - 지성자연사박물관 1
- 글쓴이 : 백남극, 심재한
- 펴낸곳 : 지성사(1999.3.3.)
- 책값 : 15000원
.. 뱀은 머리를 제외하고는 몸 전체가 땅에 닿기 때문에 다리가 필요치 않다. 좁은 빈틈을 지나갈 때는 다리가 없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또 다리가 없으니 앞다리를 받쳐 주는 어깨뼈도 당연히 있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뱀이 큰 먹이를 삼키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 .. 〈25쪽〉
‘뱀’이라는 짐승을, ‘쥐’라는 짐승을 굳이 알아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지난날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시골에서 살았으니 뱀을 잘 알아야 했겠지만(뱀에 물려서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요즘 같은 때, 뱀을 알아서 어디에 쓸까요. 아마도 그림책으로만, 또는 텔레비전 다큐멘타리로만 만날 뱀이라고 봅니다. 뱀 하면 곧바로 이어서 떠올릴 만한 개구리나 쥐도, 시골에서조차 하루하루 줄어듭니다. 도시에서는 더욱 자취를 감추겠지요. 그나마 ‘뱀’은 이렇게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주기는 하는데, ‘쥐’를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줄는지는, ‘참새’나 ‘비둘기’를 자연생태 이야기책으로 다루어 줄는지는…….
.. 뱀 쪽에서 보면 독액 분출은 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시간을 버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 〈66쪽〉
사람 아닌 목숨붙이 삶을 알아보거나 헤아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왜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갈까요. 아이들은 왜 짐승 기르기를 좋아할까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는 왜 온갖 짐승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야구니 축구니 농구니 뭐니 하는 운동선수단 상징물에 짐승이 많이 쓰일까요. 짐승들을 사랑해서? 짐승들은 우리 이웃이라서? 이 세상은 사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터전이라서?
.. 이처럼 뱀의 천적들은 많이 있으나 자연계에는 먹이사슬이 잘 이루어져 있어 뱀의 생존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근년에 와서 인간들이 보신문화에 의한 상업주의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뱀을 잡아 생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 〈56∼57쪽〉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을 느끼고, ‘우리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목숨붙이’를 받아들이는 데에, 뱀이고 쥐이고 다른 짐승이고 살피고 헤아리는 뜻이 있을까요. 때로는 동물실험을 한다면서 살피기도 하겠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살피기도 하겠지요. 이 모두를 넘어서 누구나 즐겁게 어울리고, 다 다르게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뜻이 있을까요.
뱀도 쥐도 개구리도, 참새도 비둘기도 까치도, 지렁이도 바퀴벌레도 개미도, 모두 우리와 똑같은 목숨붙이고 소중한 자기 삶을 꾸립니다. 뱀한테도 하느님이 있을 테며, 개미한테도 하느님이 있지 싶습니다. 밥이 되어 준 쌀한테도, 반찬이 되어 준 배추와 무한테도 하느님이 있을 테지요. 우리가 《뱀》과 같은 자연생태 이야기책을 펴내고 찾아서 읽고 헤아리는 일은, 우리 둘레에 있으나 우리 스스로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하느님을 느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백남극, 심재한 님은 뱀을 사진으로 찍고, 뱀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저는 헌책방을 사진으로 찍고, 헌책방과 책과 우리 말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어쩌면, 백남극 님과 심재한 님은 뱀을 보며 세상을 읽고, 저는 헌책방을 보며 세상을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4339.8.19.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