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키’와 ‘사아키’



  오늘 문득 ‘안아키’라는 말을 듣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줄인 이름이라고 해요. 약을 쓰든 안 쓰든 아이를 얼마든지 튼튼하게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에 앞서 어른 스스로 얼마든지 튼튼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는 약이 있어야 튼튼할까요? 아니면 약이 없어서 안 튼튼할까요? 예부터 “밥이 약이다” 하는 말을 합니다. 몸을 살리는 밥을 알맞게 살펴서 제대로 지어서 먹으면 바로 밥 한 그릇이 약이요, 다른 약은 없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이와 달리 밥을 엉터리로 먹는다든지 아무렇게나 먹는다면, 제아무리 값지거나 비싸거나 대단한 밥을 먹어도 몸이 망가지거나 아프겠지요. 더 헤아려 본다면, 밥 한 그릇을 먹을 적에 서로 즐겁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웃음꽃이 피어나는 자리일 적에는 ‘돈으로 쳐서 값싼 밥’을 먹어도 더없이 즐거워서 몸이 좋아해요. 이와 달리 제아무리 ‘돈으로 쳐서 값지고 비싼 밥’을 먹더라도 무섭거나 메마르거나 짜증스럽거나 싫거나 미운 마음으로 수저를 듣다면, 몸에 매우 나쁘고 도움이 안 되지요. 약을 쓰느냐 안 쓰느냐는 대수롭지 않다고 느껴요. 약을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어요. 굳이 약을 안 써야 하지 않듯이, 굳이 약을 써야 하지 않아요. 약을 쓰느냐 안 쓰느냐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하며 돌보느냐 아니냐’를 헤아려야지 싶어요.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밥을 지어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밥상을 차려서 나누느냐’를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있을 적에는 바로 이 사랑 때문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하루가 되어요. 우리가 ‘안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있을 적에는 기쁨도 즐거움도 아름다움도 없이 괴롭거나 고달픈 하루가 되지요. 약을 쓰고 또 써도 아이가 낫기는커녕 더 아플 뿐 아니라 괴로워해서 약을 내려놓고서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려는 어버이라면, 또 이러한 살림을 바라볼 수 있는 이웃이라면, ‘사랑으로 아이 키우기’를 ‘사이좋게 어깨동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2017.5.2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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