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는 책 2017.5.3.


방바닥에 깔 평상을 마저 하나 짜고서 옻을 바른다. 지난주에 하나를 짰고, 엊그제 그림판을 하나 짰다. 이렇게 세 가지를 짜 놓았으니 마당에 죽 기대어 놓고 옻을 바른다. 저물녘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는데, 일을 쉬는 사이에 《우리 학교 장독대》를 천천히 읽어 본다. 아직 ‘학교에 장독대를 두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테지만,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 장독대’를 두고서 손수 지은 콩으로 손수 메주를 띄우고 된장이며 간장이며 고추장을 담가서 ‘학교밥(급식)’을 더욱 맛나며 소담스레 누릴 수 있으면 하는 꿈을 담은 그림책이다. ‘라면 끓이기’만큼 쉬운 ‘장 담그기’를 이야기하는데, 이 말은 참으로 옳구나 싶다. 라면은 끓이자마자 먹는다면, 장은 담그자마자 먹을 수는 없으나 ‘쉽다’는 대목에서는 옳다. 쉽게 담가서 오래오래 기다릴 뿐이다. 생각해 보면 장뿐 아니라 김치도 쉽다. 담그기란 참으로 쉽다. 해 보면 다 쉬우면서 즐겁다. 우리 살림살이는 모두 손으로 쉽게 지어서 넉넉히 나눈다고 할까. 돈으로 꾸리는 살림이 아니라 즐거운 손길로 짓는 살림이라고 할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또 청와대나 국회나 회사에서도, ‘학교 장독대’나 ‘청와대 장독대’가 있으면 나라와 사회가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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