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바다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8
황은아 글 그림 / 마루벌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29


북새통 지하철에서 바다를 만나다
― 지하철 바다
 황은아 글·그림
 마루벌 펴냄, 2001.11.20. 9600원


  서울이나 부산처럼 커다란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한테 지하철이란 무엇일까요. 인천이나 대구처럼 꽤 큰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한테 전철이나 지하철이란 무엇일까요. 서울하고 인천 사이, 또 서울하고 수원 사이는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이 들끓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일을 하려고 아침저녁으로 바쁘게 오가며 미어터져요.

  이 북새통 지하철에서 겨우 자리를 얻어 다리를 쉬고 살짝 눈을 붙이는 사람이 있어요. 아침저녁으로 내내 서서 고단한 몸으로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리 고단해도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이 있고, 북새통을 잊으려고 손전화를 켜서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어요.


아빠, 수족관에 가면 고래도 있어? (2쪽)


  황은아 님이 빚은 그림책 《지하철 바다》(마루벌,2001)는 아버지하고 수족관으로 나들이를 가려고 지하철을 탄 아이가 꿈을 짓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하철을 달리다가 문득 가만히 눈을 감고서 ‘수족관에 이르려면 멀었’지만, 벌써 ‘마음으로는 수족관을 넘어 깊은 바다에 잠긴’ 듯한 꿈을 그리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아이들은 웬만하면 따로 지하철이나 전철을 탈 일이 드물어요. 아이들 가운데 아침저녁 북새통인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 보는 일도 드물 테지요.

  지하철이 다니는 도시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지하철이 몇 분에 한 대씩 자주 들어와도 칸마다 다른 손님으로 북적거리기 일쑤예요. 시골에서는 두어 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텅 비기 일쑤이지만, 서울에서는 5분마다 들어오는 지하철에서조차 앉을 자리가 없기 일쑤이지요.

  이런 지하철을 타고 수족관 나들이를 하는 아이는 ‘자리가 없어 서서’ 가지만, 수족관에서 ‘마치 바다와 같은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렙니다. 비록 바다로 가지는 못하고 수족관에 가지만, 비록 어쩌다 한 번 아버지하고 수족관 마실을 하지만, 게다가 수족관에는 고래가 없을 테지만, 고래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끝없이 하면서 꿈에 잠깁니다.


해파리다. 너도 나랑 고래 찾으러 갈래? (21∼23쪽)


  고요히 눈을 감고 바닷속을 그리는 아이는 ‘몸은 지하철에 있’되 ‘마음은 바다에 있’습니다. 고요히 눈을 감고 바닷속을 그리는 아이는 ‘마음으로 깊은 바다를 누비는 나들이’를 합니다. 살그머니 눈을 감고 지하철을 아버지랑 달리는 아이한테는 북적거리는 지하철 따위는 느끼지 않습니다. 오직 깊디깊은 바다를 마음껏 누비면서 온갖 물고기를 마주하고 해파리가 스쳐 지나가다가 고래도 뒤에서 저를 물끄러미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아이를 데리고 수족관으로 나들이를 가는 아버지는 이런 아이 마음을 읽거나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아이 아버지도 아이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서 ‘우리가 함께 깊은 바다에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까요? 아이하고 아버지는 서로 고요히 감은 눈으로 꿈을 그리면서 ‘둘이 같이 바다를 가르는 고래가 되어 홀가분하게 온누리를 마실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까요?

  짙은 쪽빛 물결이 가득한 그림책 《지하철 바다》는 꿈꾸는 즐거움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우리 마음이 우리 몸을 달래 주고 보듬어 준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으로 먼저 수족관이며 바다를 만나고, 마음으로 언제나 수족관을 넘어 바다를 그득그득 끌어안는 고운 살림살이를 누릴 수 있다고 살살 속삭입니다. 2017.4.2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