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4.22.


방바닥에 깔 평상 셋에 옷을 바른다. 두 아이는 저마다 붓을 하나씩 쥐고 바른다. 지난해 봄에는 처마 밑에 두는 평상을 새로 짜서 옻을 발랐고, 올해 봄에는 방바닥에 깔 평상 가운데 셋을 마무리짓고 옻을 바른다. 나무 바닥에 앉거나 서니 느낌이 참 다르다. 옻을 바른 나무 바닥을 쓰니 더욱 다르다. 우리 곁에 나무가 있다는 대목이 얼마나 즐겁고 고마운 일인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우리가 기쁘게 읽는 책도 바로 숲에서 살던 나무를 베어 얻은 종이로 묶지 않는가. 책을 읽는 우리는 나무를 읽는다고 할 만하다. 책을 사랑하는 우리는 참말로 나무를 사랑한다고 할 만하다. 그림책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를 작은아이를 곁에 앉히고 읽어 준다. 옻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읽는다. 큰아이를 따로 부르지 않았으나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소리를 듣고 어느새 다가 앉는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서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를 읽는다. 어떤 선물이 가장 멋질까? 어떤 선물이 가장 아름다울까? 어떤 선물이 가장 사랑스러울까? 멋지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따사로운 봄날이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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