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1219 : 늦게 핀 대기만성
한참 늦게 피었다. ‘대기만성’이라고 치켜세우지만
→ 한참 늦게 피었다. ‘늦꽃’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대기만성(大器晩成) :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대기만성’이라 하기 앞서 “늦게 피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자말 ‘대기만성’은 “늦게 이루어짐”을 나타내요. “늦게 피었다”하고 ‘대기만성’을 나란히 적으면 겹말인데, 이 겹말에서 새로운 말 한 마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늦꽃’입니다. 일찍 피지 않거나 이른바 제철에도 피지 못하였기에 ‘늦꽃’일 텐데, 늦은 꽃이지만 싱그럽고 곱다는 뜻으로 이런 말을 새롭게 쓸 만해요. 비슷한 얼거리로 ‘늦그릇’이나 ‘늦깎이’나 ‘늦나무’나 ‘늦바람’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어요. ‘늦깎이·늦바람’ 같은 낱말은 다른 뜻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이 낱말을 즐겁게 쓰는 얼거리를 헤아리면서 “늦게 이룬 기쁜 꿈”을 나타내어도 좋아요. 누구는 ‘늦구름’이라 해 볼 만하고, ‘늦봄’이나 ‘늦숲’이나 ‘늦꿈’ 같은 말도 써 볼 수 있어요. 2017.4.22.흙.ㅅㄴㄹ
늦게 피어도 한참 늦게 피었다. 사람들은 ‘대기만성’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글쎄 전혀 그렇지 않다
→ 늦게 피어도 한참 늦게 피었다. 사람들은 ‘늦꽃’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글쎄 조금도 그렇지 않다
→ 늦게 피어도 한참 늦게 피었다. 사람들은 ‘늦그릇’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글쎄 하나도 안 그렇다
《야나세 다카시/오화영 옮김-네, 호빵맨입니다》(지식여행,2017) 5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