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4.19.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면서 달라진 한 가지를 들자면, 둘레에 사진벗이 하나둘 늘어나서 반가운 일을 꼽을 만하다. 나이가 적건 비슷하건 많건, 사진길을 즐겁게 걷기에 서로 사진벗이 된다. 따사로운 마음을 받고, 즐거운 마음을 띄운다. 상냥한 마음을 받으며, 고운 마음을 띄운다. 사진가 엄상빈 님한테서 보름쯤 앞서 쪽글을 받았다. 새 사진책을 내면서 사진잔치를 여신단다. 반가우며 기릴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살림돈을 여러 날 추슬러서 엄상빈 님 새 사진책 《또 하나의 경계, 분단시대의 동해안》을 장만한다. 평상에 앉아 흰수선화를 바라보며 사진을 읽는다. 이웃 할배한테서 선물로 받은 흰수선화는 지난가을 어귀부터 풀줄기가 모두 시들어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겨울이 저물 무렵 새 잎이 돋더니 사월에 눈부시게 피어난다. 얼마나 꽃내음이 고운지 모른다. 강원도 바닷가라는 삶터와 일터에서 동녘 바다를 마주한 엄상빈 님이 차곡차곡 담아서 엮은 이 사진책도 봄날을 맞이한 꽃과 같다고 할까. 제아무리 정치권력자가 쇠가시울타리를 세운들, 이 쇠가시울타리하고 경계초소를 가리려고 나무를 베어다 가린들, 바보짓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리고 마을사람은 쇠가시울타리에 빨래를 널고 오징어를 말린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동녘 바다를 누리려고 이곳에 찾아와서 ‘쇠가시울타리’ 아닌 ‘새파란 바다와 하늘’을 누린다. 봄이다. 기쁜 봄이다. 이 기쁜 봄에 ‘꽃길만 걸어온’ 이가 아닌 ‘흙길을 걸어와 봄을 부르며 땀흘린 일꾼’이 대통령이라는 살림지기 노릇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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