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4.8.


읍내에 뭔가 장만하러 다녀오기로 한다. 어제 뭔가 장만할 수 있었으나 어제는 그만두었다. 오늘은 두 아이 모두 함께 가겠노라 한다. 곁님은 몸이 힘들어 집을 지켜 주기로 한다. 아침에 빨래를 한 번 했고, 마실 가기 앞서 이불 한 채랑 두 아이 옷가지를 빨래한다. 두 아이는 빨래할 옷을 엊저녁에 안 내놓아서 이불하고 함께 빨래를 했고, 두 시 버스를 타기 앞서 마당에 새로 널고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느 책을 가방에 챙길까 하고 망설이다가 시집 한 권하고 생태도감 한 권을 챙긴다. 먼저 시집은 《엄마 시집》인데 김연희 님이 혼자 일구는 ‘꾸뽀몸모’라는 데에서 낸 책이다. 이 시집은 며칠 앞서 순천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책방 심다〉에 마실하면서 장만했다. 아이들하고 얼크러지는 이야기가 흐르는 시가 살갑다. 사회나 세상 이야기는 덜어내고 아이들하고 얼크러지는 이야기만 더 넣으면 시집이 한결 멋스러웠으리라 느낀다. 무게가 제법 나가서 챙길까 말까 하던 《한반도 외래 식물》을 가방에 넣었다. 그야말로 묵직하다. 656쪽에 이르는 생태도감이니까 말이지. 이런 묵직한 생태도감을 가방에 챙겨서 군내버스에서 읽을 사람은 아마 한국에 나 말고는 없으리라 느낀다. 숱한 식물도감 가운데 ‘밖에서 들어온(외래)’ 식물을 따로 갈무리한 이 생태도감은 여러모로 재미있다. 언제부터 들어왔는가를 밝히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앞으로 이 온갖 풀을 500해쯤 뒤에 다시 헤아릴 적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 하고 생각해 보니 더 재미있게 읽힌다. 우리 곁에 있는 들풀하고 나물을 가만히 돌아본다. 묵직한 도감을 들고 읍내마실을 하면서 저자를 보고,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니 어깨가 버겁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버스때가 안 맞아 이웃마을에서 내려 삼십 분을 씩씩하게 걸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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