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4.7.


두 시 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려 했는데, 한 시 반 즈음에 몸을 쉬려고 살짝 누웠다가 눈을 뜨니 두 시 이 분. 그래도 늦지 않았을 테지만 세 시 버스를 타기로 한다. 부엌일을 하고서 아무래도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두 시 사십 분 즈음 다시 누워서 쉬고 눈을 번쩍 뜨니 세 시 삼 분. 부랴부랴 가방을 짊어지고 마을 어귀로 나오지만 버스를 놓친다. 다섯 시 버스를 타야 하네. 저녁을 미리 짓는다.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다녀오려고 큰아이더러 저녁을 미리 먹으라고 이른다. 이러고서 숨을 살짝 돌리다가 시계를 보니 다섯 시 이 분. 이야, 오늘 날이네. 어쩜 이렇게 아슬아슬할까. 후다닥 가방을 들고 마을 어귀로 나간다. 오 분쯤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막상 오늘 우체국에 부칠 책을 집에 놓고 다른 가방만 들고 나왔다.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가서 책상자를 들고 온다. 마침 다섯 시 버스는 여느 때보다 퍽 늦게 다섯 시 십일 분에 들어온다. 읍내로 가는 길에 ‘모아나’하고 ‘포카혼타스’ 노래를 듣는다. 큰아이는 모아나 노래에서 큰 게가 부르는 ‘shiny’를 좋아하는데, 나는 ‘ㅣam Moana’하고 ‘know who you are’를 좋아하고, 포카혼타스에서 ‘listen with your heart’하고 ‘colors of the wind’라는 노래가 좋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를 읽는다. 파리는 헤밍웨이를 따라 걸을 수 있다면, 이 나라에서 서울이라는 고장은 누구를 따라 걸을 만할까? 인천이나 부산 같은 고장은, 광주나 대전 같은 고장은 누구를 따라 걸을 만하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움의 깊이》라고 하는 산문집을 읽는데, 이 책을 쓴 분은 ‘시인’ 아닌 ‘평론가’라고 한다. 이름이 같으나 서로 다른 두 사람, 시인하고 평론가가 있었네 하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막상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 김명인 님이 쓴 글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 보니 ‘아니었’다. 다른 분이었구나.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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