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세 마리 물소 생각하는 분홍고래 5
몽세프 두이브 글, 메 앙젤리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22



세 물소는 왜 사자한테 잡아먹혔는가?

― 사자와 세 마리 물소

 몽세프 두이브 글

 메 앙젤리 그림

 성미경 옮김

 분홍고래 펴냄, 2014.7.26. 12000원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아늑한 곳에 물소 셋이 서로 동무가 되어 아끼는 나날이었다고 해요. 물소 셋은 몸빛이 다를 뿐입니다. 하나는 하얗고, 둘은 검으며, 셋은 누렇대요. 세 물소는 아늑한 멧골에서 먹이를 늘 넉넉히 누리면서 근심이나 걱정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세 물소는 어느 날 문득 생각했대요. 이토록 아늑하며 넉넉한 살림살이가 ‘심심하다’고 말이지요. 여태 아쉬움이 없었지만 어느 날 문득 ‘심심함’이 아쉬운 대목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세 물소는 오랫동안 살가이 지내던 멧골을 떠나서 새로운 터전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옛날 어느 산골짜기에 물소 세 마리가 살았어. 한 마리는 달님처럼 하얀 물소, 다른 한 마리는 어두운 밤처럼 검은 물소, 나머지 한 마리는 땅처럼 노란 물소야. 물소들은 부족함 없이 지냈어. 목이 마르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뜯어먹을 풀도 충분했어. 그리고 골짜기 어디서나 뛰어놀 수 있었어. (2쪽)



  그림책 《사자와 세 마리 물소》(분홍고래,2014)는 세 물소가 겪는 일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는 잘잘못이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세 물소하고 얽힌 일을 가만히 보여줄 뿐입니다.


  세 물소는 오랜 벗이기에 늘 함께 움직였고 노상 서로 도왔으며 언제나 서로 아꼈다고 해요. 새로운 터전으로 나아가는 동안에 어떤 고빗사위가 찾아와도 셋이 뭉치면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해요. 세 물소가 모으는 힘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지요.


  이렇게 새로운 길을 누비던 세 물소는 어느 날 사자 한 마리를 만납니다. 사자가 어떤 짐승인지 아직 잘 모르는 세 물소는 사자 곁에 머물기로 합니다. 세 물소는 서로 뭉치면 누구도 저희를 넘보거나 꺾을 수 없는 줄 숱하게 겪으며 알았거든요. 사자가 어떤 짐승인지 아직 모르더라도 걱정할 일이나 두려워할 일이 없으리라 여겨요.



모험 길은 안전하지만은 않아. 어떤 날은 갑자기 자칼 무리가 나타나 물소들을 공격했어. 물소들은 힘을 합쳐 자칼들을 물리쳤어. “우리의 뾰족한 뿔과 발굽으로 이긴 거야!” 물소들은 기뻐했어. (4∼5쪽)



  참말로 우리는 아무리 작은 힘이어도 하나로 모으면 대단히 커집니다. 따로따로 떨어진 촛불은 그저 가녀린 촛불 하나일 뿐이지만,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여덟이 되며 열여섯, 서른둘 …… 백 이백 천 이천, 이렇게 모이는 동안 엄청나게 커다란 물결로 거듭나요. 아주 작은 숨결이 똘똘 뭉쳐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큰힘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작은 힘이 모이면 어떤 커다란 힘도 이에 맞설 수 없다고 할 만해요. 이러다 보니 ‘혼자 커다란 힘을 거머쥔 이’는 작은 이들이 뭉치는 힘을 달가이 여기지 않기 일쑤예요. ‘혼자 커다란 힘을 거머쥔 이’는 작은 이들이 못 뭉치게 하려고 애쓰지요. 작은 이들이 서로 미워하거나 시샘하게 살살 꾀지요. 작은 이들이 서로 다투거나 멀어지도록 가만가만 부추겨요.



배가 몹시 고팠던 사자는 어떤 물소부터 잡아먹을까 궁리 중이었어. 물소 세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었던 사자는 검은 물소와 노란 물소를 불러 말했어. “저기 있는 너희의 친구가 너무 하얘서 걱정이야. 특히 밤에는 멀리서도 잘 보여서 적들의 눈에 띌 거야. 저 물소 때문에 우리 모두가 위험해. 아무래도 하얀 물소를 없애야 할 것 같아.” “하얀 물소는 우리랑 친구예요.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기로 맹세했어요!” (10∼11쪽)



  그림책 《사자와 세 마리 물소》에 나오는 세 물소는 어떠한 길로 나아갈까요? 세 물소는 사자가 셋 사이에 슬금슬금 끼어들어 꾀거나 부추기는 말에 속아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세 물소는 언제까지나 서로 믿고 도우며 아낄 줄 아는 벗님으로 지낼 수 있을까요? 세 물소는 시샘이나 미움을 품지 않고서 서로 얼싸안거나 고이 품을 줄 아는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홀로 남은 검은 물소는 사자 왕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어. 물소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세상의 강자들과 어울리려면 가끔은 희생도 필요하니까. (22쪽)



  ‘혼자 커다란 힘을 거머쥔 이’는 주먹힘만 세지 않습니다. 이들, 이른바 ‘권력자’는 주먹이나 총칼만 휘두르지 않아요. 사탕발림이나 떡고물이라고 하는 것을 슬그머니 내밀곤 합니다. 오늘날 사람 사회에서는 ‘돈·이름·자리(작은 권력)’를 사탕발림이나 떡고물처럼 작은 이들 앞에 내놓아요. 작은 이들이 흩어지게 하려고 꼬드길 만한 것을 자꾸 내놓지요.


  우리가 참으로 서로 아끼는 벗님이라면, 누가 우리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서 살살 꼬드기거나 부추기는 말을 일삼더라도 안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에 아주 조그마한 시샘이나 미움이라도 있다면, 또는 두려움이나 무서움이라도 있다면, 그만 ‘조그마한 손이 모인 커다랗고 아름다운 힘’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 수 있습니다.


  권력자가 거짓스레 쓰는 꾀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요. 권력자가 부리는 속임수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권력자가 내민 사탕발림을 안 잡을 수 있을까요. 권력자가 들이미는 떡고물을 당차게 손사래칠 수 있을까요.


  그림책 《사자와 세 마리 물소》를 보면 세 물소 가운데 한 물소만 남습니다. 다른 두 물소는 그만 사자한테 잡아먹힙니다. 자, 그러면 남은 물소 한 마리는 사자라는 우두머리나 임금 곁에서 따스히 보살핌을 받으면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으려나요? 아니면 마지막 남은 물소 한 마리마저 앞서 잡아먹힌 두 물소처럼 사자한테 한끼거리로 잡아먹히고 말까요? 2017.3.2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