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지은 사진

― 아이랑 짓는 살림을 고스란히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요.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이녁 아이를 바로 그분들 스스로 가장 즐겁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게 잘 찍을 수 있어요. 사진 솜씨를 배워야 아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사진 재주가 있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사랑으로 바라보고 살림을 함께 짓는 기나긴 길동무로 바라보기만 하면 아주 값싸고 허름한 사진기를 갖추었어도 언제나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말사전을 새로 짓는 일을 하기 때문에 늘 ‘말·넋·삶’을 함께 헤아려요. 사진도 이 얼거리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스스로 바라보려는 눈길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면서 사진도 달라진다고 느껴요.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말씨가 달라지듯이,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담는 사진이 달라진다고 느껴요. 멋부리려는 마음에서 멋부리려는 말이 흘러요. 속을 가꾸려는 생각에서 속을 가꾸는 말, 이른바 알찬 말이 흘러요. 멋부리려는 마음에서 멋부리려는 사진이 태어나요. 서로 사랑하려는 생각을 지으면 서로 사랑으로 바라볼 사진이 태어나요.


  아이들한테 사진기를 쥐어 주면 아이들이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한번 눈여겨보세요. 아이들은 오직 사랑으로 즐겁게 찍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사진을 매우 잘못 알기 일쑤예요. 사진은 ‘배워서’ 찍을 수 없습니다. 사진은 오직 ‘사랑으로’ 찍을 뿐이지 싶습니다. 말은 ‘배워서’ 할 수 없습니다. 말도 늘 오직 ‘사랑으로’ 주고받을 뿐이지 싶습니다. 사진읽기나 사진찍기를 가르치거나 배울 까닭이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읽고 찍으면 된다고 느낍니다. 글쓰기나 말하기를 따로 가르치거나 배울 까닭도 없이, 늘 스스로 살림을 짓는 몸짓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느껴요.


  삶을 짓는 사랑으로 살림을 스스로 신나게 가꾸는 새로운 마음으로 말을 빚고 생각을 나눕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삶을 짓는 사랑으로 살림을 스스로 신나게 가꾸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즐깁니다. 그저 삶을 사랑으로 짓는 새로운 생각을 스스로 북돋아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사진을 찍으면 돼요. 이리하여 저는 이야기 한 자락으로 웃음꽃을 지피고 싶은 마음에 제가 시골집에서 요 몇 해 사이에 아이들하고 짓는 신나는 살림이 살짝 묻어나는 사진 꾸러미를 챙겨서 조촐히 사진잔치를 마련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때 : 2017.3.4.∼ 4.29.

곳 :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32 (070-7532-3316)

이야기마당 : 2017.4.29. (토) 16:00


사진·이야기 : 숲노래(최종규)

전남 고흥에서 ‘도서관학교 숲노래’를 꾸리면서 한국말사전을 새로 짓는 일을 한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 《골목빛》 같은 책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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