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을 생각하는 글쓰기


  따로 학교나 학원을 다녀야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늘 배운다. 따로 스승을 두며 따라야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한테서나 배운다. 책을 펴거나 교과서를 외워야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배운다. 학교나 학원을 생각한다면 졸업장이나 자격증에 얽매이는 글이 나온다. 어느 스승을 떠올린다면 제 스승 말씨나 결을 닮은 글이 나온다. 책이나 교과서에서 시키는 대로 헤아린다면 나다운 글이 아니라 남다운 글이 나온다. 밥을 지을 적에 나한테 밥짓기를 가르친 이 손길을 생각하면서 짓지만, 모든 밥은 끼니마다 새롭다. 늘 새롭게 나 스스로 짓는다.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할 적에 언제나 똑같은 종이 놀잇감이 나오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아이들 손을 거쳐 태어난 종이 놀잇감에는 저마다 다른 결이 흐른다. ‘내가 즐길 종이 놀잇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종이접기 도안을 살폈기에 ‘똑같은 공산품’이 나오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이들은 으레 ‘어떤 대가’나 ‘어떤 스승’ 꽁무니를 좇는 듯한 작품을 만들곤 한다. 사진을 안 찍고 만든다. 글을 쓰는 이들도 이와 비슷하다. 그저 스스로 새롭게 쓰면 될 텐데, 마치 어느 대목을 베끼는 듯한 글을 쓰고 만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은 그 사람이 아름답게 쓴 글이라는 데에서 고맙게 읽고 접어야 한다고 느낀다. 나는 내 삶을 살 뜻이요, 나는 내 글을 쓸 마음이 아닌가? 내가 내 삶을 길어올리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면 글을 왜 써야 할까? 2017.2.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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