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2.13.
금요일에 가려던 우체국을 월요일에 간다. 아침에 일찍 군내버스에 오른다. 오늘은 《개구리 동네 게시판》이라는 동시집을 챙긴다. 책겉에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동시 수록’이라는 동그라미가 박힌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사랑받는다는 뜻일 수 있고, 교과서라는 틀에 맞춤한다는 뜻일 수 있다. 어느 쪽일까? 수수한 가락이 맞추어 수수한 이야기가 흐르는 동시라고 느끼며 읽는다. 시골 어린이 눈높이로 쓰려 한 동시로구나 싶고,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야 하는 사회 흐름을 넌지시 담아낸 동시로구나 싶기도 하다. 흙하고 바람을 이야기하고, 땀방울하고 할머니를 이야기한다. 수수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찾는 동시라고 느끼면서 즐겁게 읽는다. 우체국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군내버스가 꽉 찬다. 낮에는 군내버스가 으레 비지만 아침하고 낮 사이는 꽤 북적거린다. 서서 가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다. 이 틈바구니에서 시집 《봄비가 무겁다》를 펼친다. 저번에 이 시집을 챙겨 군내버스에서 읽다가 아직 다 못 읽었다. 오늘 비로서 끝까지 읽는다. 싯말에 마음을 기울이고, 잎새바람이 저물려고 하는 날씨를 헤아린다. 싯말 사이에 감도는 봄내음을 떠올리고, 우리 집 뒤꼍에서 곧 피어나려는 매화꽃을 생각한다. 참말로 겨울은 이제 끝일까? 휘영청 밝은 보름달도 이제 이울 테고, 밤하늘은 다시 뭇별로 눈부시겠지. 몇 해째 마을은 상하수도 공사로 시멘트바람이 날린다. 공사업자도 마을 어르신도 ‘땅밑을 흐르는 물’은 농약에 더러워져서 못 마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 농약을 안 쓰면 되지 않나? 댐에 가둔 상하수도 물은 깨끗한가? 한 번 땅에 파묻으면 수십 해 동안 들여다보지 않는 상하수도관은 깨끗한가? 새마을운동은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모아 수돗물에 길들였다. 또 새마을운동은 시골에 남은 사람을 농약에 길들게 하면서 수돗물로 휘어잡으려고 한다. 맑은 물을 누릴 수 없을 적에 ‘몸에서 물이 2/3를 차지하는 사람’이 튼튼할 수 없다. 1초라도 안 마시면 죽는 바람을 살피지 않고서 물뿐 아니라 바람까지 농약이나 배기가스로 더럽힌다면 사람은 ‘살아도 죽은 목숨’이다. 올해에 마을에 개구리가 몇 마리쯤 살아남으려나. 마을개구리가 설 땅은 어디일까.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