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는 책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책이 아닌 학습지만 손에 쥔다 한들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한테 학습지만 떠맡긴 채 어버이나 어른은 배움을 게을리 한다면? 아이들만 배우라 하고 어버이나 어른은 배울 생각이 없다면?


  학습지는 책이 아닙니다. 교재나 교과서도 책이 아닙니다. 꼴은 책일는지 몰라도 알맹이는 책이 아닙니다. 학습지·교재·교과서는 배움으로 나아가는 길에 곁에 두는 작은 동무와 같습니다. 학습지를 아이한테 맡길 적에는 이 대목을 잘 헤아리면서 어버이랑 어른도 저마다 새롭게 배움길에 나서는 몸짓을 보여야지 싶어요. 이러면서 아이가 ‘학습지 아닌 책’도 만날 수 있도록 북돋아야겠지요.


  아이한테 책만 떠맡긴다고 해서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 가위만 쥐어 준다고 해서 아이가 뭔가를 오리지 못해요. 호미만 쥐어 준대서, 돈만 쥐어 준대서, 자동차 열쇠만 쥐어 준대서, 통장만 쥐어 준대서, 참말 아이는 아무것도 스스로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쥐어 주든 이 ‘무엇하고 얽힌 이야기’를 ‘늘 사랑스러운 손길’로 ‘따스하게 함께하는 숨결’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7.2.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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