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2.7.
순천에 있는 헌책방에 찾아가서 책방지기 이야기를 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이들 씻기고 빨래를 하느라 순천까지 갈 엄두를 못 낸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 밥을 차려 놓는데, 집에 남은 능금하고 배가 얼마인가 헤아리니 오늘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오면 좋겠구나 싶다. 바람 자고 볕 좋은 2월 7일 낮 두 시 버스를 탄다. 아이들은 노래를 들으면서 가고, 나는 내 소릿줄을 미처 안 챙기는 바람에 책만 읽는다. 나가는 길에 《한 치 앞도 모르면서》를 읽는다. 충청도 고장말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남덕현이라는 분 글이나 책은 처음 읽어 본다. 충청도말이 구수하게 흐르기는 한데 잡지 〈전라도닷컴〉에 흐르는 고장말하고 퍽 다르다. 잡지 〈전라도닷컴〉은 투박한 시골 할매하고 할배가 그야말로 투박하면서 살가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따사롭게 흐른다면, 《한 치 앞도 모르면서》에는 뭔가 자꾸 ‘일을 키워 소리를 높이려는 말’이 줄줄이 흐르는구나 싶다. 나로서는 이런 ‘줄줄이 쏟아지는 말’이 버겁다. 나직나직하면서 흙에서 피어나고 숲에서 자라나는 고장말도 많을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는 시집 《말똥 굴러가는 날》을 펼친다. 밀양에서 교사로 일한다는(이제는 정년퇴직을 하셨을 텐데) 이재금 님 시집이다. 여중생하고 여고생하고 복닥이는 환한 노래가 시집에 가득하다. 마침 군내버스에는 ‘오늘 졸업식을 했다’는 고흥 여고생이 대여섯 오르며 시끌벅적하다. 서로 짜장면 냄새가 난다느니 무어라느니 부산하다. 그러나 나는 곧장 시집에 눈을 박으며 이 아이들 수다가 하나도 안 들린다. 오늘 군내버스는 동백마을로 안 지나가기에 황산마을 앞에서 내려 삼십 분을 집까지 걸어서 간다. 논둑길을 따라 두 아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다. 반쯤 걸은 뒤 다리쉼을 하며 찹쌀떡을 나누어 먹는다. 떡 한 점에 기운이 솟은 아이들은 논도랑에 들어가서 깔깔거리며 논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