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면서 읽는 책 2017.2.4.


저녁을 차리면서 《거미 이름 해설》을 읽는다. 거미 이름만 줄줄이 나온 소담스러운 책을 읽으면서 이 가냘프도록 조그마한 거미마다 누가 이 이름을 다 붙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생김새에 따라서 붙이고, 학자가 처음 찾아냈다고 하는 고장 이름에 따라서 저마다 다르게 붙이는 이름이란 얼마나 가지가지인지. 먼 옛날 사람은 거미 가운데 몇 가지한테만 따로 이름을 붙였을 텐데, 오늘날에는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거미한테 이름을 붙인다. 아마 사람이 이름을 붙이지 못한 거미도 틀림없이 있으리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 깃들어 조용히 삶을 잇는 거미가 어떤 구실을 맡는지 우리 스스로 미처 못 느끼리라 생각한다. 개미가 맡는 구실도, 작은 새 한 마리가 맡는 구실도, 작은 풀포기가 맡는 구실도 우리는 거의 생각을 못 하고 살 테지. 그러고 보면 우리를 둘러싼 이웃이 저마다 어떤 일을 맡으면서 이 지구를 가꾸는가를 모르거나 놓치기 일쑤이지 않은가. 토요일인데 서울에 있는 이웃님이 보낸 책선물이 택배로 집에 온다. 책선물 가운데 한 권은 《섬》(봄날의책 펴냄)이다. 앗. 이 책은 진작 장만해서 읽었고 느낌글까지 썼는걸. 도서관학교에 그대로 두 권을 둘는지, 이 책을 다른 이웃님한테 다시 선물을 할는지 생각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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