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그림책처럼 - 가뿐한 그림책 육아, 그 10년의 행복한 산책 그림책이 좋아서
제님 지음 / 헤르츠나인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책읽기 삶읽기 291



그림책을 읽는 어버이는 즐겁다

― 포근하게 그림책처럼

 제님씨 글

 헤르츠나인 펴냄, 2017.1.15. 15800원



  아이들은 언제부터 혼자 씩씩하게 몸을 씻고 머리를 감을 수 있을까요? 어버이는 언제까지 아이들 몸을 씻기고 머리를 감겨야 할까요? 아이들은 언제부터 혼자 글을 읽고 쓰면서 이야기를 누릴 만할까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언제까지 책을 읽어 주고 글씨를 가다듬어 주어야 할까요?


  열 살 안팎쯤 되면 혼자 씻고 머리를 감을 만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어설플 수 있습니다. 어버이가 곁에서 이모저모 거들면 한결 잘 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버이가 거들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면, 아이는 어설픈 몸짓에서 다부진 몸짓으로 차츰 거듭나요.


  아이하고 그림책으로 놀이를 하듯 어우러지는 나날을 보내는 ‘제님씨’라는 분이 쓴 《포근하게 그림책처럼》(헤르츠나인,2017)을 읽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서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이끄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속의 아기씨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기들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웃음이 최곡의 보약인 셈입니다. 아기를 포함하여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그대로 거울입니다. 엄마의 행동, 모습, 말투, 표정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모델이 되니까요. (28쪽)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놀이나, 책에 담긴 이야기의 줄거리가 아닙니다. 아이는 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에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엄마와 눈빛을 나누며 행복감을 느낍니다. (45쪽)



  아이는 이른바 ‘일류 학원’이나 ‘일류 학교’를 다녀야 잘 배우지 않습니다. 뛰어나거나 훌륭하거나 빼어나다는 어버이를 만나서 태어나야 아이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받는 삶’일 적에 잘 자라지 싶어요. 여느 어버이한테서 태어나는 수많은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면서 아름답게 ‘사랑받는 손길’을 누리면서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지 싶습니다.


  수수한 어머니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한 분이 빚은 《포근하게 그림책처럼》은 그림책을 그예 포근하게 누리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은 그림책 비평을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림책 소개나 안내를 한다고도 여기기 어렵습니다. 어머니와 아이로서 두 사람이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는 삶을 포근하게 보여주려고 하지 싶어요.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낍니다. 시각의 차이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감상의 폭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마음이 풍요롭기도 하고 빈곤하기도 합니다. (99쪽)


저희 집 책꽂이에도 존 버닝햄의 그림책 여덟 권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때 검피 아저씨에게 푹 빠진 딸아이와 존 버닝햄의 그림에 홀딱 반한 저를 위해서 구입한 책들입니다. (195쪽)



  사람마다 다르게 봅니다. 어느 어버이는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들고, 어느 어버이는 저 그림책이 마음에 들어요. ‘내가 낳은 아이’라 하더라도 아이하고 어버이가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 다를 수 있어요. 아이하고 꽃밭에 나란히 앉아서 한곳을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어버이는 꽃을 볼 수 있고, 아이는 꽃잎에 어른거리는 개미를 볼 수 있어요. 어버이는 수술하고 암술을 볼 수 있고, 아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볼 수 있어요. 어버이는 꽃가루를 먹는 벌을 볼 수 있고, 아이는 벌 몸에 새겨진 무늬를 볼 수 있어요.


  아이하고 함께 그림책을 보는 동안 어버이는 ‘똑같은 그림책’인데 펼칠 적마다 다르게 스며드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똑같은 그림책’을 즈믄 번쯤 펼칠 적에 ‘얘야, 이제 다른 그림책도 보지 않으련?’ 하고 잡아끌 수 없어요. 아이로서는 즈믄 번을 보면 즈믄 번만큼 다 다른 즐거움이 피어날 수 있거든요.



가을에 예쁜 열매가 맺힌 나무를 보면 어떤 나무일까? 앙증맞게 피어난 들꽃을 보면 무슨 꽃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보다 보면 흥미가 생기고 모든 나무와 들꽃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입니다. (258쪽)


소장하고 싶을 만큼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그렇게 시켰습니다. (305쪽)



  널리 사랑받는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낄 수 없습니다. 널리 사랑받는 만큼 더 다르고 더 새롭게 읽힐 만하지 싶어요. 《포근하게 그림책처럼》을 빚은 제님씨는 아이랑 그림책을 누리면서 아이가 아이 나름대로 읽는 결을 살핍니다. 이러면서 깜짝 놀라요. 어쩜 이 아이는 이렇게 달리 읽을까? 아마 아이도 똑같이 느낄 테지요. 어쩜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달리 읽으실까?


  그림책 비평을 찾아서 읽지 않아도 됩니다. 그림책 강의를 찾아서 듣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 포근하게 즐기면 돼요. 내 목소리를 아이한테 들려주면서 아이 마음을 서로 기쁘게 주고받으면 돼요. 포근하게 짓는 살림이 서로 기쁨이 되듯, 포근하게 나누는 그림책 한 권으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18개월 《달님 안녕》을 보던 아기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책 읽어 주는 것을 즐기고 좋아합니다. 세 살 무렵부터 시작된 그림책 읽어 주기가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들었기 때문에 거북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346쪽)



  그림책을 읽는 어버이는 기쁩니다. 아이가 늘 새롭게 배우는 이야기가 있어서 기쁩니다. 어버이로서 아이 못지않게 새롭게 배우는 살림을 느끼며 기쁘고요.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천천히 배우며 어른으로 자랍니다. 어버이는 어버이 나름대로 다시금 배우면서 새롭게 꿈을 지피는 씩씩한 어버이로 서는 바탕을 다집니다.


  오늘 아이하고 누린 그림책은 아이랑 어버이가 함께 즐기는 책이 됩니다. 아이는 천천히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꿍을 만날 수 있을 텐데, 앞으로 스무 해나 서른 해쯤 뒤에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오늘 ‘어버이와 아이’가 누린 신나는 그림책은 먼 뒷날 ‘새로운 어버이와 새로운 아이’가 새롭게 누릴 그림책이 될 만해요.


  아이한테 물려주고, 다시 새로운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그림책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서 고이 건사할 만한 그림책이 사랑스럽습니다. 포근한 기운이 산들산들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예쁘게 흐릅니다. 2017.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그림책 읽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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