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꿀 거예요!
윤지영 지음, 김수경 그림 / 분홍고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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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3



보스니아 어린이 폴리치가 품은 작은 꿈

― 우리는 꿈꿀 거예요!

 윤지영 글

 김수경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6.12.27. 12000원



  지구마을을 생각하면서 온누리 어린이 모두 “꿈꾸는 기쁨”을 넉넉히 품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든 《우리는 꿈꿀 거예요!》(분홍고래,2016)는 어린이 인문책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린이가 이웃 여러 나라 또래 어린이를 책으로 마주하면서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른 꿈’을 지피는 살림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이렇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살림에서 지피는 꿈 한 조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교실로 돌아갈 시간, 멜리타는 하얀 차를 쓱, 쓰다듬으며 가만히 소원을 말해 보았어요. “그래그래, 멜리타. 건강하게 자라서 나랑 신나는 여행을 가 보자. 내가 어디든 데려가 줄 테니 걱정하지 마.” 멜리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하얀 차도 조잘조잘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만 같아요. (18쪽)


“그런데 하동하야, 알지? 누구도 너를 바다에 데려가 줄 수는 없어. 물론 엄마가 힘껏 돕겠지만, 결국에는 네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할 거야. 네가 조금 더 크면 엄마 말을 이해할 거다.” (33쪽)



  케냐 시골마을에서 사는 멜리타는 “하얀 자동차”를 꿈으로 품습니다. 이레에 한 번 자동차를 구경하기도 어려운 시골에서 사는 멜리타는 어쩌다가 한 번 보는 자동차에 흠뻑 빠져든다고 합니다. 늘 자동차를 그리고, 이 자동차로 온누리를 마음껏 누비는 꿈을 그립니다.


  싱거운 꿈일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시골에서도 자동차가 흔한 터라, 도시에서는 그야말로 자동차가 미어터질 듯이 많은 터라, “하얀 자동차”라는 꿈은 하찮거나 작을까요?


  캄보디아 시골마을에 사는 하동하는 “파란 바다”가 꿈이라고 해요. 바다를 여태 한 번도 못 본 하동하로서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바다를 누비고 싶다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바닷물을 가르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바다를 가슴에 담은 꿈이란 밋밋할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버스이든 기차이든 자동차이든 조금만 달리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우리로서는 너무 ‘쉬울’ 수 있습니다만, 캄보디아 어린이 하동하로서는 대단하면서 놀라운 사랑으로 품는 꿈이에요.



‘그런데 이건 어디가 고장 난 거지?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 모세는 발밑에 놓아둔 아빠의 공구 통을 슬쩍 건드려 보았어요. ‘아빠, 저 잠비아에서 최고 기술자가 될래요. 돈이 없어 새것을 못 사는 친구들의 물건들을 쓸모 있게 척척 고쳐 줄래요. 다시는 고장 나지 않게 아주 확실하게요.’ (47, 54쪽)


“무엇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이건 다리가 있을 때부터 꾸었던 꿈이에요. 음…… 그리고 다리가 없다는 게 의사가 되는 데 그다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남들보다 빨리 걷지 못해서 움직이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오래 서 있으려면 목발이나 다른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건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67쪽)



  대통령이 되겠노라 해야 꿈이지 않습니다. 돈 많이 벌고 이름 널리 알리는 운동선수가 되겠노라 해야 꿈이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군수도 안 되어도 돼요. 시골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있어도 돼요. 공무원조차 안 되고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어도 돼요. 꿈이란 ‘직업 갖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꿈이란 말 그대로 ‘꿈’이에요. 스스로 즐겁게 이루면서 이웃이랑 동무하고 사이좋게 짓는 살림을 사랑스레 북돋우려는 마음이 바로 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잠비아 어린이 모세는 아버지처럼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고치는 솜씨쟁이가 되려는 꿈을 품습니다. 전쟁 불길이 가시지 않은 스리랑카에서 다리 한쪽을 잃은 사타사람은 ‘한 다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의사가 되겠노라’는 꿈을 품습니다.



“교실도 교실이지만 우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뀌고, 때로는 선생님이 오시지 않아 몇 달씩 수업을 못 하기도 했었거든. 그때마다 우리를 가르쳐 줄 선생님이 영영 안 오면 어떡하나 너무너무 떨렸어. 사실 두어 달 머무르다 가 버리는 선생님들이 서운하고 섭섭했었지.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도시에서 공부하고 살던 사람들이 시골에서 생활하며 선생님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 (85쪽)


“내일은 할머니 머리를 예쁘게 묶어 드려야지. 내가 묶어 주면 수건으로 절대 가리고 싶지 않을 거야.” (100쪽)



  깊은 두멧시골로는 교사가 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고, 어쩌다가 오는 교사도 ‘도시하고 너무 멀어 싫다’며 이내 떠난다고 해요. 케냐 시골마을 나세리안 어린이는 ‘내가 나고 자란 고장’에서 이곳 아이들한테 새로운 삶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어른이 되겠노라는 꿈을 품어요. 도시로만 가 버리는 어른이 아니라, 시골을 즐겁게 일구는 어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요.


  보스니아 어린이 폴리치는 더없이 수수한 꿈을 키우는데요, 바로 ‘할머니 머리’를 곱게 땋거나 묶는 꿈입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도 얼마든지 곱다면서, 이 하얀 머리를 날마다 곱게 땋거나 묶어 드리고 싶다고 해요.



“렝키텡 무얼 사면 좋겠니? 너에게 필요한 걸 사자.” “우리 염소 두 마리 정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런데 염소도 염소지만, 네 옷이나 책이나 이런 걸 사는 게 낫지 않겠니?” “엄마, 염소를 사서 잘 키워서 새끼를 낳으면 내다 팔아요. 그러면 그걸로 공책도 사고 옷도 사면 되잖아요.” (116쪽)



  《우리는 꿈꿀 거예요!》를 보면, 케냐·캄보디아·잠비아·스리랑카·보스니아·알바니아·베트남, 이렇게 일곱 나라 열 어린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열 어린이 꿈 이야기에 한국 어린이 꿈 이야기를 곁들여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입시지옥이 없는 어깨동무 나라를 꿈꾸는 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어요. 한국 어린이는 ‘자동차 없이도 즐거운 마을살림’을 꿈꾸어 볼 수 있어요.


  미용사가 아니어도 할머니 머리 땋기로 기쁨을 나눌 수 있듯이, 어머니 아버지한테 맛있게 저녁밥을 차려 드리는 꿈을 키우며 기쁨을 나눌 수 있어요. 빼어난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온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늘 노래하는 꿈을 키울 수 있지요.


  자그마한 자리에서 싹트는 꿈이에요. 작은 씨앗 한 톨처럼 자라는 꿈이에요. 돈이 많다고 해서 이루는 꿈이 아니지요. 돈이 없다고 해서 못 이루는 꿈이 아니고요. 따스한 마음으로 이루는 꿈이라고 느껴요. 넉넉한 마음으로 짓는 꿈이지 싶어요. 온누리 어린이가 저마다 즐겁게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 곁에서 우리 어른들도 맑으면서 밝게 꿈을 키우기를 빕니다. 2017.1.2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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