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천지 天地
눈이 온 천지를 뒤덮다 → 눈이 온누리를 뒤덮다 / 눈이 온 하늘땅을 뒤덮다
안개 때문에 천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 안개 때문에 하늘과 땅을 가리기 어렵다
이리 고마운 일이 천지에 어디 또 있는가 → 이리 고마운 일이 어디 또 있는가
쓰레기 천지이다 → 쓰레기 판이다 / 쓰레기투성이이다
마을은 온통 빈집 천지이다 → 마을은 온통 빈집 투성이이다
‘천지(天地)’는 “1.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건곤·천양(天壤) 2. ‘세상’, ‘우주’, ‘세계’의 뜻으로 이르는 말. ≒ 대계(大界) 3. (명사적 표현 뒤에서 ‘천지이다’ 꼴로 쓰여) 대단히 많음”을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비슷한말 ‘건곤·천양·대계’를 찾아보면 “= 천지”로 풀이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을 굳이 쓰거나 다루기보다는 ‘하늘땅’처럼 새 낱말을 지을 수 있고, ‘온누리·온나라’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어요. ‘천지’는 셋째 뜻풀이처럼 “대단히 많다”고 하는 모습을 나타낼 적에 흔히 쓰는데, 이때에는 “대단히 많다”나 “아주 많다”로 손볼 만합니다. ‘가득하다’나 ‘넘치다’를 쓸 수 있고, ‘-투성이’를 붙여 볼 수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천지’가 네 가지 더 나오는데, 이 넷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낼 만하다고 봅니다. 2017.1.5.나무.ㅅㄴㄹ
천지(天旨) : 1. = 천의(天意) 2. = 천의
천지(天祉) : [북한어] ‘천행(天幸)’의 북한어.
천지(淺知/淺智) :얕은 지혜. 또는 보잘것없는 지혜
천의(天意) : 1. 하늘의 뜻 2. 임금의 뜻
사방이 유리병 천지였다
→ 곳곳이 유리병투성이였다
→ 여기저기 유리병이 가득했다
→ 이곳저곳 유리병이 아주 많았다
《로알드 달/지혜연 옮김-내 친구 꼬마 거인》(시공주니어,1997) 27쪽
어딜 가도 똑똑한 사람 천지라니까
→ 어딜 가도 똑똑한 사람투성이라니까
→ 어딜 가도 똑똑한 사람이 많다니까
《오스카 와일드/박명숙 옮김-오스카리아나》(민음사,2016) 427쪽
몸을 숨길 곳이 천지이다
→ 몸을 숨길 곳이 많다
→ 몸을 숨길 곳이 곳곳에 있다
《이형주-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책공장더불어,2016) 8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