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등허리를 펴고서



  아침 아홉 시 반부터 부엌하고 씻는방하고 마당 사이를 오가며 일을 하다가 비로소 걸상에 앉습니다. 네 시간 즈음 쉬잖고 일을 했군요. 두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감긴 뒤에, 밥을 짓고 국을 끓입니다. 부엌을 새롭게 치우자고 생각하면서 부산스레 묵은 때를 벗기고 그릇이랑 컵이랑 식초랑 여러 가지 자리를 옮깁니다. 이러면서 오늘 빨래는 기계한테 맡기기로 하고, 파란 물병을 내놓았다가 들여서 유리 물병에 옮기고, 쓸고 닦고 치우고 낮에 김치찌개를 새로 끓여 놓고, 부엌상을 갈무리하고 훔치고 개수대를 가지런히 놓으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이동안 택배 짐차가 집 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작은아이는 우리 집에 온 소포를 아버지 받으라고 가져다줍니다. 헐레벌떡 며칠이 지나가는데, 요 며칠 사이에 우리 집에 닿은 책을 헤아려 봅니다. 《통일 교육 어떻게 할까?》(철수와영희),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책공장더불어), 《언니, 같이 가자!》(삼인), 《우리는 현재다》(빨간소금), 《우리땅 노래 그림책》(나는별), 《오늘은 내가 스타》(나는별),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나는별), 《연옥의 봄》(문학과지성사), 《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책과함께), …… 올해가 가기 앞서 신나게 읽고서 새해에는 또 새로운 2017년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만날 테지요. 등허리를 펴면서 몇 쪽씩 읽어 볼까 합니다. 2016.12.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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